국민의힘 지도부 "불렀는데 안 왔다"
윤희숙 "언제 불렀나" 소모적 논쟁만
'미스 커뮤니케이션'이라기엔 '금도 無'
자극적 워딩·봉숭아학당 보여주기 그만
"당을 위해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의힘 당직자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 행태가 정치권 및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비대위원장·혁신위원장 등 요직을 차지하면 이른바 '자기정치'를 위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불러 혁신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개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이른바 '왕따' 논란이었다. 의원총회에 윤 위원장이 불참한 이유를 두고 거센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오전 의총 직후 "(윤 위원장에게) 연락을 했는데 본인이 참석 여부를 답변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나를 국민의힘 의총에 불렀는데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기사들이 뜨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설왕설래에 '다구리'(몰매)에 이어 '왕따' 논란까지 이는 등 내부 갈등만 드러났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외부로 나가고 있다. '미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들이다. '메시지 공격'은 할 수 있지만 '자기정치'를 한 수 접는다면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잡아주면 가겠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안 불렀는데 어떻게 가느냐"라고 언론에 표현한다.
같은날 출마 선언을 한 장동혁 의원도 마찬가지다. 장 의원은 회견에서 "이제라도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단일대오로 만들어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면서 "제대로 싸우는 사람만 공천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 의원이 전당대회를 거쳐 당대표가 된다고 해도 다음 총선까진 3년이 남았다. 지금까지 임기 2년인 당대표가 연임한 전례는 없다. 무슨 수로 공천을 주지 않을 수 있나. 자극적으로 워딩을 써서 인기를 끌려 한다. 금도가 없다. 언론에 나오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보좌진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라고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불과 몇 분 차이로 강선우 장관이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른바 '내부 지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들도 나왔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에피소드 중 하나라지만, '내부 지시가 있었다'는 가설을 띄워보면 민주당은 당의 '봉숭아학당'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외연 확장과 혁신·쇄신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의 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해 외연이 쪼그라들었지만 '용병 정치'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대의를 찾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류 기득권만 유지하면 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는 냉소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런 식의 '자기정치'만 보여준다면 진보 진영만 도와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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