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철저히 연극적이고, 동시에 상업적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22 14:03  수정 2025.07.22 14:03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쇼노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단연코 ‘잘 만든 상업극’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서 ‘상업적’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비난의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대중성을 확보한, 영리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해석에 가깝다. 연극이기에 가능한 낭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상업성까지 확보한 수작이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1998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을 수상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2023년 초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무대 연출은 단순히 극의 배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가 된다. 극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16세기 런던을 완벽하게 재현한 디테일이다. 극장 내부와 외부, 런던의 번화가와 템스강변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은 관객을 윌 셰익스피어의 혼란스러웠던 창작의 순간과 비올라와의 운명적인 사랑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특히 인상을 끈 건 빠른 전환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완성도다. 수많은 소품과 오브제가 등장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때로는 단순한 세트의 이동만으로 공간의 변화를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때로는 역동적인 군무와 세트 전환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쇼노트

이규형 배우가 연기한 윌 셰익스피어는 절망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청년 예술가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그의 연기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윌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고뇌와 비올라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진지한 감정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김향기 배우의 비올라 드 레셉스는 당차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연극 무대에 대한 열망과 윌과의 애절한 사랑을 눈빛과 표정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특히 남장 여인으로 분하여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섬세한 디테일과 유쾌한 코믹함이 어우러져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실제 이규형 배우와의 나이 차이가 크지만, 연기로 이를 극복하면서 로맨스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정점은 셰익스피어가 완성한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이 극중극 형태로 펼쳐지는 장면이다. 관객은 무대 뒤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구조로 초연이 올려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되는데, 무대와 무대 뒤, 극중 현실과 극중극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서사의 깊이가 더해진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하는 과정을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사랑과 예술,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복잡하지 않은 서사와 유쾌한 분위기는 연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벽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상업적’이라는 수식어가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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