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만물상'이 되려는 이유 [기자수첩-산업]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7.22 07:00  수정 2025.07.22 14:58

모바일부터 차, 생활 소품까지 전방위 확장

'한 우물 전략' 아닌 다방면 경험 생태계 구축

IT 분야 새 변수, 기존 시장에 새로운 도전 예고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입점한 샤오미 매장 전경.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다. ⓒ임채현 기자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중국 기업 샤오미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스마트폰, 가전, IoT(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전동 모빌리티, 심지어 생활 소품까지 아우르는 샤오미의 제품 라인업을 고려하면 특정 분야로 한정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샤오미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사람 빼고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는 물론 진공청소기, 램프, 체중계, 면도기, 전동 킥보드, 다리미까지, 사실상 샤오미가 진출하지 않은 영역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정도다.


이처럼 제조와 유통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물상' 전략은 글로벌 전자·IT 시장에서도 독특한 사례다. 삼성·애플 같은 쟁쟁한 스마트폰 제조사나, 전통적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도 완전히 결이 다르다. 최근 여의도에 문을 연 샤오미 매장에 가도 이 같은 분위기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중국 기업인 로보락은 청소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지를 노리고 있다. 또한 하이센스나 TCL은 TV 분야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비야디는 한국 현대차 및 기아와, 하이얼은 가전 분야에서 국내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샤오미는 두드러지게 국내 기업과 격전을 치르고 있는 분야가 없다. 샤오미의 전략은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경쟁에서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접점을 한없이 넓히는 데서 나온다. 그들이 겨냥하는 승부처는 ‘최대한 많은 실생활 경험’ 그 자체다.


샤오미의 이런 실험은 단순한 신제품의 양적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IoT(사물인터넷) 및 클라우드 연동 등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을 지향하는 한편, 생활 속 모든 순간을 샤오미의 기술로 패키지화하려 한다. 팬덤을 넘어 생태계 구축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샤오미의 이런 거침없는 확장 전략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특정 기업과의 ‘전면전’으로 비치진 않지만, 그 영향력은 이미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경쟁자를 상대하게 된 셈이다.


스마트홈에서 모빌리티, 그리고 AI에 이르는 IT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만물상’ 샤오미가 그리는 거대한 생태계가 언젠가 한국 시장의 풍경까지 바꿔놓을지, 국내 기업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도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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