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곳곳에 어색한 꼭두각시들…북한, 돌연 "외국인 잠정적 안 받아"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7.20 00:10  수정 2025.07.20 00:10

당구 치는 '역할'인 사람은 하루종일 당구만

방문객 100만명 유치 목표 실패 가능성↑

비싼 비용에 관광객 수요 기대 못 미칠수도

지난 1일 개장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십리백사장에 해안관광을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근로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연일 흥성이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판 대형 복합리조트인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개장해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돌연 내놨다.


최근 러시아 언론인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선전한 갈마지구를 다녀와 '완전한 조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만이라 미비점을 보완해 상품성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조선관광은 지난 18일 공지를 통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7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연간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에 나서면서 체제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보였던 만큼 일시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갈마지구를 방문해 "관광업을 발전시키면 사회주의 문화 건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며 "갈마 해안관광지구건설은 나라의 관광 산업을 획기적인 발전 공정에 올려놓는 데서 의미가 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갈마 지구 관광 중단 임시 조치가 다중이용시설 등 신축 공간에서 나타난 미흡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세계 굴지의 해안관광도시'라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무리하게 건설을 한 탓에 문제점이 나타났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경우 무리한 속도전을 벌이다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외신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걱정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개장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십리백사장에 해안관광을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근로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연일 흥성이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실제로 북한 최대 우방국인 러시아 현지 언론매체에서도 갈마지구 풍경이 주민들을 동원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따라 북한에 출장 다녀온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러시아 기자는 14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세계적 휴양지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됐다며 자사 기자의 체험기를 소개했다.


해당 기자는 해변에는 관광객인 척하는 것 같은 조선노동당 당원들이 보였으며 텅 빈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다.


취재 기간 머물렀던 호텔 2층에는 아침부터 정장을 입은 남녀가 당구를 치고 있었는데 이들은 점심 기자회견 후와 저녁에도 하루종일 당구를 치고 있었고, 늦은 밤 기자 대부분이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야 자리를 떴다고 했다.


그는 "이 커플은 최악의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공원 벤치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 해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 바 테라스에서 맥주잔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 등 다른 사람들은 강한 햇볕 아래에서 휴가객인 척했다"고 말했다. 어떤 '역할'을 맡은 사람이 하루종일 그 '역할'만 할 정도로, 북한이 북적이는 리조트의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갈마지구에 북한 당국이 선별한 이들로 채웠을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꼭두각시 인형'처럼 각 장소에 배치했을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부정적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노출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북한 관광 전문업체 영파이어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는 오는 10월 평양 국제 무역 박람회(PITF) 관광객을 모집했지만 전시회 측의 지침이라며 언론인, 여행 콘텐츠 제작자, 인플루언서 등은 이번 관광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보름간의 운영을 통해 나타난 외국인 관광객 부족 현상이 잠정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BBC 방송에 따르면 원산갈마지구 사흘 일정을 포함한 1주일 간의 북한 여행 비용은 약 1800달러(250만원 상당)에 달하는데, 이는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 월급보다 60%가량 더 높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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