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4 비켜!"… BYD '씰'의 이유있는 자신감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7.18 08:00  수정 2025.07.18 08:00

BYD 씰 다이나믹 AWD 시승기

4000만원대 '대중 세단' 맞아?… 제로백 3.8초

디스플레이에 담은 편의성, 널찍한 내부 공간

BYD 씰 ⓒBYD코리아

'자동차는 세단'이라는 무언의 공식이 SUV로 빠르게 옮겨가는 요즘,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금 세단의 부활을 노리는 모델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국내 최초의 대중 브랜드 전기 세단을 내놓은 기아 EV4에 이어, 중국 태생 BYD가 '씰'로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중국에서 배타고 온 씰이 한국서 만든 기아 EV4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씰은 5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을 '퍼포먼스'로 채울 작정이다. '초가성비'를 앞세웠던 첫 모델 아토3와는 완전히 상반된 전략이다.


이미 줄어든 세단 수요에 기아라는 강력한 경쟁자까지. 씰은 한국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씰 다이나믹 AWD로,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과 공도 등을 두루 달리며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봤다. 아직까지 국내에 공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가격은 4690만원으로, 보조금 적용시 400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BYD 씰ⓒ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물개를 뜻하는 '씰(SEAL)'이라는 이름에 충실한 외모. 전반적으로 곡선을 많이 사용해 부드럽고 매끄러운 인상이 강한데,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날쌔고 스포티한 느낌이 함께 느껴진다.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특성을 나타내려는 것인지, 마냥 성격 좋아보이지만은 않는, 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우선 부드러운 얼굴형에 무섭게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부터 굉장히 인상적이다. 얇고 뾰족하게 올라간 헤드램프 아래로 눈꼬리가 길게 떨어져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독특한 얼굴을 만들어졌다. 아토3가 마냥 둥글둥글 한 인상이었다면 씰은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섞어 조금 더 세련된 얼굴을 만들려고 애쓴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곡선을 통해 볼륨감을 집어넣은 보닛은 지루한 걸 죽어도 못 참는 씰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해드램프와 이어지도록 보닛 양쪽을 부풀게 처리하면서 마치 빵처럼 구워진 듯한 느낌을 내는데, 자칫 심심할 뻔한 옆태를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BYD 씰ⓒ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섬세한 램프 그래픽은 마치 아우디를 보는 듯 정교하다. 아주 촘촘한 빗살무늬로 전체 형상을 채우는 형식인데, 멀리서 보면 조화롭고, 가까이에서 보면 화려하다. 아토3 보다는 1000만원 가량 비싼 모델인 만큼, 곳곳에 화려하고 세련된 요소가 잔뜩 묻어있다.


내부 역시 아토3와는 딴 판이다. 아토3가 다소 실험적이고 장난스러워 젊은이들을 저격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씰은 잘 갖춰진 어엿한 세단의 분위기로 폭넓은 연령층을 공략한다.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아주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BYD 씰ⓒBYD코리아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재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는 스웨이드와 가죽 느낌 소재가 적절히 섞이면서 저렴하지 않은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단번에 느껴진다. BYD의 글로벌 히트 라인업인 '오션 시리즈' 중 하나인 만큼, 바다 속 같은 물결 디자인도 여기저기 적용됐다.


2열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씰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CTB(셀 투 바디) 구조 덕분에 무게중심을 낮추면서도 실내 공간을 극적으로 뽑아냈다. 2열에 앉아보니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공간감과 쿠션감이 꽤나 고급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BYD 씰ⓒ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신기하다. 화면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세로와 가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데, 내비는 물론 동영상, 지도 등이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전환된다.


헤맬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와 큼직한 디지털 계기판, 실내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 넉넉한 트렁크(400L), 53L의 프렁크까지, 실속과 취향 모두를 챙긴 느낌이 인상 깊다.


BYD 씰 ⓒBYD코리아

'어, 이번엔 뭔가 다른데.' 국내 출시된 유일한 모델인 아토3와 계속해서 비교하던 내외관 디자인과 달리,가속 페달을 밟은 이후부터는 머릿속에서 아토3가 곧장 사라졌다. 완전히 다른 차다.


씰은 다이나믹 AWD 트림 기준, 제로백(0km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단 3.8초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혹은 신호 대기 후 휙 치고 나가는 시점에서 억지 힘이 아니라 전기차 특유의 ‘깔끔한 속도감’이 압권이다.


스티어링은 한 치의 미동 없이 정확하고, 앞뒤 50:50 무게 배분, 낮은 무게중심 덕에 코너를 돌아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3000만원 초반대의 공격적인 가격을 설정했던 아토3와 달리 국산차 보다 다소 비싼 가격으로 씰을 출시한 속내가 금세 이해됐다. 적당한 디자인, 적당한 편안함, 적당한 편의 사양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브랜드와 달리 '적당하지 않은' 확실한 무기가 있어서였다. EV4에 눈길이 가는 대쪽같은 세단파라면, 씰을 꼭 한 번 시승해보기를 권한다.


▲타깃

-전기차 시대에도 세단! 대쪽같은 세단파

-세단은 역시 달리는 맛이지… '퍼포먼스' 중시하는 당신


▲주의할 점

-주위 사람들에게 좀처럼 인정받기 어려운 만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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