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단기등록임대 부활했지만…대출 규제로 ‘빨간불’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7.17 16:29  수정 2025.07.17 16:30

새 정부 들어 제도 재시행 한 달…효과 ‘미미’

비아파트 침체 지속…공급·수요 동반 ‘위축’

주담대 막힌 다주택자…보증금 미반환 등 피해 우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6년 단기등록임대를 부활시켰지만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시행으로 비아파트 공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다주택자의 대출이 사실상 막힌 데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축소돼 민간 임대물량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데다 오락가락하는 제도 시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통해 공급부족 문제와 아파트로의 수요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자 지난달부터 6년 짜리 단기등록임대 제도를 부활시킨 지 한 달 가량 지났으나 시장은 잠잠하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시행한 6년짜리 단기등록임대 제도는 과거 폐지됐던 4년짜리 단기등록임대에 2년을 더해 새로 마련한 것이다.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해당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및 법인세 중과 배제 등 혜택이 부여되는데 아파트는 제외된다.


이 제도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다주택자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임차인은 임대료 인상폭 5% 이내 제한 및 보증금 보호 등을 받을 수 있다. 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임대인은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던 사업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 집값 급등을 초래했단 지적에 따라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쳐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지금은 받는 혜택보다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더 늘어 임대인들도 외면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가 의무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진 데다 6·27 대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빌라 기피현상 심화…전월세 거래량 1년새 1만건 ‘뚝’
각종 의무 강화로 임대사업자 외면에 공급도 위축
비아파트 정상화 통한 주택공급 확대 등 차질 우려


이미 전세사기 여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 기조가 심화되고 있는 데는 비아파트 기피에 따른 임차수요 위축과 아파트 선호 강화가 두드러진 것도 한몫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의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6만4648건으로 1년 전 7만6895건 대비 15.9% 감소했다. 1년 새 1만건 이상 빠졌다.


수요가 줄면서 공급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전국의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다가구 기준)은 1만6311가구로 1년 전(1만8200가구)보다 10.4%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2232가구로 1년 전(1361가구) 대비 증가했으나, 전세사기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022년 8845건을 기록한 것을 감안 하면 물량이 약 4배 가량 줄었다.


정부의 6년 단기등록임대 제도 부활에도 업계에선 비아파트 시장이 더 얼어붙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통상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주택이 아닌 자가주택 등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받아 임차인 보증금 반환에 활용해 왔는데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출 규제로 유주택자는 대출 한도가 종전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 보증금 반환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이 대부분 막히면서 자칫 임차인 보증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전세사기’가 아니라 앞으로 ‘전세사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6억원으로 주담대 한도가 제한되면서 무주택자의 자금계획이 틀어져 집을 사지 못하는 문제를 더 들여다보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얽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만들고 이런 것들이 비아파트 시장으로 이어져 관련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빌라는 이제 누구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은 주택이 돼 버려서 더 지을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시장이 정상화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번 단기등록임대 제도 부활에서 보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달라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으니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도, 임대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공공이 주택시장의 모든 문제의 키(Key)가 될 수 없는 만큼 민간의 영역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마련된 대출 규제의 허점이 점점 드러날 것”이라며 “빌라와 전세를 기피하는 시장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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