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역할하면서 경평 D→B등급 회복
‘땅 장사’ 지적에 수익성보다 공공성 무게↑
업무 과중·재정부담 우려…적자 해소 지원 필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첫 일성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면서 LH 내부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개혁이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는 체념 섞인 반응 속에 정부의 처분을 기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8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가 LH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예고하면서 내부에서는 긴장감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윤덕 후보자는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하는 날 기자들과 만나 “LH에 대해 능동적, 적극적인 개혁을 해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은 LH의 ‘땅 장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비판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LH의 전통적인 토지 매입 및 민간 매각 구조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LH의 사업 모델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매각 중심 사업 구조에서 LH가 직접 개발 및 임대 공급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유력하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으로 출범한 이후 내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LH는 수도권에서 대규모로 택지를 개발해 이를 민간 건설사에 판매하며 수익을 올려왔다. 이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해 온 것이다. 수도권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방의 손실을 메우는 이른바 ‘교차 보전’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개혁의 의미가 “조직 분리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곧바로 해명했지만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사업에 맞게 조직을 재배치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 투기 당시 언급됐던 혁신안이 다시 회자되며 이미 떨어진 내부 사기가 더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공공성을 중시하는 만큼 토지와 주택 부문으로 조직이 분리될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면서도 “업무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LH는 2년 연속 정부경영평가에서 등급을 끌어올리며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있었던 터라 이번 구조 개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부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D등급(미흡)을 받았던 LH는 2023년 C등급(보통), 2024년 B등급(양호)로 최근 2년 연속 등급을 한 단계씩 끌어 올리며 자존심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LH 자체적으로는 전관업체의 입찰 참여 제한, 수의계약 제한, 퇴직자 재취업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해왔고 특히 민간 건설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도맡아 오면서도 낸 성과였다.
올해 19조원의 공사 용역 신규 발주를 추진하고 주택사업승인 10만 가구와 주택착공 6만 가구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규 택지개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의 정책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LH 직원들의 1인당 사업비 규모는 예년보다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인당 사업비 규모는 33억75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20억7500만원) 대비 62.7% 증가했다.
사회간접자본(SOC) 공공기관 인당 사업비 평균(11억원) 보다도 3배가 높은 수준이다. 오는 2027년에는 인당 사업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0조 수준인 연간 사업비 규모가 4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부채 급증에 따른 부담과 재정 지원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차보전을 금지하면 별도 재정 지원 없이 자체 공영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LH 부채는 지난 2014년 137조원대였지만 10년새 160조원까지 늘어났다. 중앙 비금융 공기업 중 최대 규모다.
LH의 임대주택 운영손실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8311억원으로 약 55%(1조54억원) 급증했다. 임대주택 1대당 발생하는 부채는 9100만원이다. 10년 전 7900만원이었으나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액수가 늘어났다.
또 다른 LH 관계자는 “LH 혁신은 과거에도 나왔던 이야기라 지금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임대주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 이런 부분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영개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직접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LH가 택지 매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적자가 쌓일 텐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별도 예산 투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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