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쇠고기 수입, 단기 협상카드 부적절”
2008년 정치적 이슈 고려해 신중 대응 필요 조언
미국이 우리나라에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 등 비관세장벽 철폐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안은 단기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식품안전 이슈이므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트럼프 관세 협상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7일 한국 정부에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시장 개방 조치에 따라 관세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Report)’를 통해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명시했다.
보고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식품 안전 문제로, 국민 건강과 직결돼 또다시 정치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해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했다. 또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관련 조치를 제도화했다.
이같은 제도는 국민 건강권과 식품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정치·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법적 기반 위에 형성됐다.
실제 위생조건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광우병 재발 시 수입 중단, 도축소 월령 표시 등 구체적 기준이 명시돼 있다. 우리 정부는 검역 위반 시 수입 제한 또는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 행정 고시가 아니라 국회의 심의를 거치는 절차가 요구되며, 사회적 합의 없이는 쉽게 수정되기 어렵다.
국제통상 규범 측면에서도 보고서는 우리 정부 조치가 일정 수준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 및 식물검역(SPS) 협정은 회원국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국제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검역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광우병처럼 불확실성이 큰 질병에 대해서는 ‘사전예방원칙’에 따른 잠정 조치도 인정한다.
결국 2008년 개정된 ‘가축전염예방법’,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체결 과정에서 나타난 국내 소비자들 우려, 정치적 상황, 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하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단기간 내 트럼프 관세 협상에서 사용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2008년처럼 다시 정치 이슈화가 되기 전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식품 안전 정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우병 발생 위험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안전한 쇠고기 수입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신뢰성 있는 식품 안전 정책 틀 안에서 이뤄져야지, 트럼프 관세 협상 카드와 같은 단발적 대응이 돼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관세 협상에서 비관세조치 협상 카드로 사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안전성 논란은 지속 제기되고 있으므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역 시스템을 구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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