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16명 중 최소 9명
농지법위반·편법증여·논문표절 등 '도덕성 논란'
野, 7대 인사기준 '송곳검증' 예고…'여론전' 군불
민주당 "후보자 흠집내기, 청문회서 해명 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초대 장관 후보자 16명 가운데 9명이 이해충돌, 농지법위반, 논문 윤리 위반, 편법 증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닷새 뒤 시작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7대 인사검증 기준' 등을 내세워 송곳 검증을 예고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낙마자 없이 청문회를 통과시키겠다며 엄호 사격에 나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오는 14일 시작되는 가운데, 후보자 16명 중 7명이 자신의 직무에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 재산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해충돌' 의혹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은경(보건복지부) △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 △한성숙(중소벤처기업부) △정동영(통일부) △정성호(법무부) △조현(외교부) △강선우(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직무 관련 주식보유' '사업 관련 법안 발의' 의혹…이해충돌 논란
정은경 후보자는 문재인정권 당시 질병관리청장으로 코로나19 방역 총괄을 담당하던 시기 배우자가 코로나19 수혜주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이해충돌 논란을 샀다. 또 김정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한국전력 등 산업부 직무와 연관된 기업의 주식을 보유했고, 한성숙 후보는 네이버 대표 시절 보유했던 자사 주식 23억원을 처분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자 "전량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이나 토지와 밀접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사례도 지적됐다. 정동영 후보자는 가족이 태양광 관련 사업을 운영하던 시기 농지를 활용해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토록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해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정성호 후보자는 경기 연천군 접경지 토지 매입 이후 인근 지역 개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해당 토지는 후보자가 변호사 활동 당시 '조상 땅 찾기'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로 지분 일부를 받기로 해 지분 매수 형식으로 일부 이전 등기된 것"이라며 "민간인의 출입조차 통제되는 민통선과 휴전선 사이에 있어 개발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반박했다.
조현 후보자는 아들의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지원해 차익 15억원을 얻도록 도운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 부인이 지난 2003년 뉴타운 지정 5개월 전 서울 용산구 도로 부지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해 10억원을 남겼다는 의혹 등이 전해졌다. 강선우 후보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 배우자가 바이오 신약 업체에 감사로 재직하며 스톡옵션을 받고도 이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샀다.
후보자들, 농지법위반·편법증여·증여세 탈루 의혹도
농사를 실제 짓지 않고 있는데도 농지를 매입해 보유한 농지법위반 의혹을 받는 장관 후보자도 4명이다. 정은경 후보자는 인천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배우자가 강원 평창군에 농지를 매입해 보유 중이고, 한성숙 후보자도 모친이 소유한 농지에 무허가 건축물이 지어져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윤철 후보자 또한 배우자가 2004년 전남 무안군의 농지를 사들였는데, 성남시에 거주하는 부부가 논 농사를 짓기 힘든 거리에 땅을 매입한 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아울러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동영 후보자의 배우자는 전북 순창군 동계면 소재 농지를 매입한 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농지를 총 4필지로 쪼깨 단독주택을 지어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편법 증여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후보자는 각각 2명이다. 한성숙 후보자는 동생에게 건물을 헐값으로 임대한 뒤 증여세를 내지 않고, 모친에게 자신의 아파트 명의를 이전해 편법 증여와 증여세 회피 의혹이 제기됐다. 김정관 후보자도 증여세를 내지 않고 2021년 1월부터 두 자녀에게 변액보험료를 매달 50만원씩 대납해 편법 증여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 표절 등 윤리 위반 의혹도
野 "청문회, 범죄경력 조회장"
교수 재직 시절 제자의 논물을 '통째로' 표절했다는 의혹에 더해 자녀 조기 유학 과정에서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질 논란'으로 확산 중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자는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 재직 시절 제자가 작성한 논문 일부분을 공개하며, "이 후보자와 제자 논문 일부 페이지가 일치한다. 이런 식으로 50% 이상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6∼2007년 이 후보자는 두 자녀를 미국의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이 중 차녀 A씨는 국내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끝내고 미국 학교로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국외 유학 규정상 부모가 동반 출국하지 않을 경우 중학교까지는 국내에서 마쳐야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일단 자료를 제출하고 사과할 점이 있으면 사과하고 국민들께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권오을 후보자의 경우 지난 15대 국회의원 당시 작성한 석사 논문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출처 표기 없이 다른 논문의 문장을 짜깁기 했다는 의혹이다. 남북한 경제통합을 위한 재정정책을 다룬 이 논문 중, 남한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부분에 한 페이지가 3년 전 발간된 다른 논문과 통째로 같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 경제 체제 변천 과정을 설명하는 단락도 1년 전 통일교육원이 펴낸 간행물과 문장 대부분이 일치했다. 현행 교육부 훈령은 출처 없이 타인 연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쓰거나 단어나 문장 구조를 일부 변형하는 경우 표절로 규정한다. 권 후보자 측은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할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앞서 '7대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하고, 단 하나라도 미충족할 경우 장관 임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야당이 언급한 검증 기준은 △세금 탈루 의혹 △부동산 투기 이력 △병역 기피 및 편법 면탈 △특혜·갑질 전력 △입시·취업 비리 연루 △논문 표절 등 학문적 부정행위 △전관예우 및 이해충돌 가능성 등이다.
당 국민검증센터 단장인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자격 검증의 장이 아니라 범죄경력 조회서를 읽는 자리가 되고 있다는 국민적 탄식 앞에서, 국민의힘은 더이상 인사참사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검증은 정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무조건 후보자들에 대해 흠집내기 하고 낙마시키려 하겠지만 당파싸움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후보자들의 의혹들은) 청문회에서 해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진석 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청문회에서) 1명의 낙마 없이 빨리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장관 후보자 16명이 신고한 재산 평균은 41억9232만원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사장 출신으로 재산이 가장 많은 한성숙 후보자(188억1262만 원)를 제외할 경우 평균 재산액은 32억176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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