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사고③] 감독은 허술, 주무부처는 제각각…뒷북 반성만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7.09 07:04  수정 2025.07.09 07:04

중앙회 차원의 감독도 한계…인력 및 조직 역량 부족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됐지만…정책 추진 제자리걸음

"금융감독 기관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게 효과적"

"금융감독 기능·산업별 대응 역량 절충 방안 모색"

상호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AI이미지

상호금융기관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MG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5개 주요 상호금융사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횡령·사기·배임 사건은 263건, 누적 피해액만 178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각각 다른 주무부처의 관할 아래 있어 금융당국의 일원화된 관리·감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뜯어고쳐 상호금융기관의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은 현황과 문제점, 제도적 허점, 개선 방향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상호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각 기관의 주무부처가 제각각이다 보니 일원화된 감독 체계 마련은커녕, 사고 발생 이후 '뒷북 점검'에 그치는 구조적 한계가 계속되고 있다.


사업별 감독·설립 주체도 제각각…구조도 복잡


9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신협은 금융위원회,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산림조합은 산림청의 소관이다. 감독 주체가 분산되면서 사고 예방부터 검사, 제재에 이르는 감독 사이클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단일 기관 내부에서도 사업 부문별로 감독과 설립 주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주무부처지만, 신용·공제사업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감독하고 설립 인가는 각 지자체장이 담당한다.


수협은 공제·경제사업은 해수부, 신용사업은 금융위가 각각 맡고 설립 인가는 해수부가 담당한다. 신협은 감독과 인가 모두 금융위 소관이지만, 여타 상호금융기관과 달리 금융위에는 경영개선명령권이 없어 감독 권한이 제한적이다.


이처럼 감독과 규제 권한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실질적인 감시와 제도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사고 발생 시에도 기관 간 정보 공유나 공조 체계는 사실상 부재하고, 자율 점검과 내부 보고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감독기관 간 정보 공유·협업 부재…중앙회 감독력도 한계


이렇듯 감독권이 나뉜 탓에 사고 발생 시, 각 기관은 자율 점검과 후속 조치에 의존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서 '내부통제 미비'가 반복 지적돼도 인사 조치나 조직 개편 등 실질적인 개선은 드물고 감독기관 간의 정보 공유나 공조 체계도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중앙회 차원의 감독도 한계가 있다. 각 상호금융 중앙회는 1차 검사 권한을 갖고 있지만, 수천개의 조합(금고)을 감당하기엔 검사 인력과 조직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검사 인력 210여명으로 1300여개 금고를 관리 중이고, 신협중앙회 역시 900여 개 조합을 대상으로 연 1회 정도의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정책 추진은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상호금융 중앙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타 금융기관 수준으로 내부통제와 책임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산된 감독 구조는 사고 책임조차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감독 주체가 여럿이다 보니 제도 개선은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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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문성 갖춘 금융당국 일원화 감독 필요"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실질적인 감독 권한은 금융당국에 이관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중앙회 차원의 검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기관 감독의 분산 구조가 반복 사고의 핵심 원인이다. 각 주무부처별 인력이 부족한 데다, 감사와 모니터링 업무가 달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금융감독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전국에 흩어진 수천개의 상호금융기관을 부처 인력으로 매일 꼼꼼히 점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감독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기관은 업종별 특성이 다양하다. 특히 농업 같은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커 금융위 규제만으로는 세밀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위 내에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는 조직을 신설해 본질적인 금융감독 기능과 산업별 대응 역량을 절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기관은 본래 산업 지원 목적의 특수성이 있지만, 금융업을 수행하는 이상 통일된 감독체계 아래 관리될 필요가 있다. 명목상 관할은 주무부처가 유지하되, 실질적인 규제 권한은 금융당국에 이양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각 부처가 감독권을 '정책 도구'로 인식하면, 이해 충돌로 인해 제도 개편 논의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금융은 시중은행보다 대출 리스크가 크지만, 규제 기준은 오히려 느슨한 경우가 많다. 감독은 리스크에 비례해 이뤄져야 하고, 그에 맞는 전문 인력과 자원 배분도 뒤따라야 한다"며 "아울러 각 상호금융 중앙회가 감독과 내부통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호금융 사고④] '도덕상실' 기업문화 문제인가, '뒷짐 진' 당국 문제인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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