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조건에 ‘의료개혁 재검토’ 요구
이재명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고리로 의료계와의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날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단을 만나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고 정부 역시 본격적인 협상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전공의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의료개혁 재검토’다. 이는 정책 전체를 뒤흔드는 사안이라 전면 수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전공의·의대생의 하반기 복귀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김 총리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표단과 비공개 만남을 갖고 수련 환경, 군 입대 문제, 학사 일정 조정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2학기에는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복귀 추진은 사실상 정부의 공식 기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실제 복귀 여부는 정부가 내놓을 대책의 내용에 달렸다. 대전협은 지난 5일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 재검토’를 1순위로 제시했다. 참여자 8000여명 중 76.4%가 이 요구에 동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대정원 확대안 철회, 필수의료 지원 강화, 의료사고 처벌 완화,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상당수가 내과·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공자라는 점이다. 복귀 시점이 늦어질 경우 이미 악화된 필수의료 인력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외에도 의료법 제59조 폐지, 군 입대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 전공의 노동 3권 보장과 수련환경 개선, 복귀 이후 불이익 금지 명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전협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의료법 개정, 예산 반영, 수련제도 전반 조정 등 법적·행정적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의료정책의 틀을 흔들 수 있는 ‘의료개혁 재검토’는 이 정부로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전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무조건 되돌릴 경우 정부의 일관성과 정책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전공의 측은 정부와의 공식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요구사항을 구체화해 전달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일단 차관 주재 협의체를 가동하고 의대 학사일정 조정 등 단기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복귀는 이 정부가 의료계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시험대다. 양측 모두 복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조건 없는 복귀’도 ‘무조건 수용’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가 정책 유연성을 어느 수준까지 열어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요구사항을 전제로 협상이 시작된 만큼 현실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을 찾는 게 정부의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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