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배달 할증까지" 외식업계 ‘이중고’에 한숨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7.08 07:23  수정 2025.07.08 07:23

찜통 더위 본격화…오프라인 매장 손님 감소

기상할증제 기준 제각각…“비용 예측 어려워”

식자재 관리 어려움 속 ‘엎친 데 덮친 격’ 호소

‘공동 부담 모델’‧‘기상 리스크 펀드’ 등 대안 시급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외식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매장 방문객 감소와 함께 배달비 할증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주요 배달대행 업체들이 폭염 할증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낮 최고 기온이 30~33도 이상일 경우 배달 한 건당 500~1000원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수수료가 주문액의 10%를 넘기도 한다.


배달 대행업체들이 폭염 할증제를 도입한 이유는 다양하다. 더위가 본격화 된 가운데 배달 주문은 늘고 라이더는 줄면서,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최저 19~22도, 최고 26~30도)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가 늘어도 배달대행을 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위에 손님은 줄고, 배달 없이는 매출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대행 이용률은 2023년 24.1%에서 지난해 29.3%로 늘었다.


비·눈·폭염 등 날씨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붙이는 ‘기상 할증제’가 본격 확산 조짐을 보이자, 자영업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이더들의 안전과 피로 누적을 이유로 도입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 몫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기상 할증 기준이 업체마다 제각각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적용 조건이 달라 자영업자들은 비용 예측조차 어렵다는 불만이 크다.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폭염이나 폭설 같은 기상악화 이슈 때는 집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아져 평소보다 배달주문이 크게 늘어난다”며 “이 시기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배달로 받은 주문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식자재의 품질 관리가 어려워지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선 보관비용·손실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겹악재인 셈이다.


여름철 식자재 가격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한 부패율 증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냉장물류비 상승, 성수기 수요 확대 등 복합적 요인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여름엔 특히 상온 보관이 어려운 채소류나 육류는 폐기율이 평소의 1.5배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납품 단가도 들쭉날쭉해, 사전 계약을 늘리는 등 리스크 분산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업계서는 배달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통상 배달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분담을 하는데, 원재료비와 인건비 등 순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업체들도 가맹본부의 권고 사항과 상이한 배달비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집을 하는 B(40대)씨는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식당에서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한집배달이 빠르다는 이유로 시키지만 같은 집에서 배달비를 다르게 받는다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물론 라이더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배달원들이 폭염‧폭설 등과 같은 악천후 속에서도 업무를 지속해 인명피해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어서다. 과거 여름 강남역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겼을 때도 배달원들의 안전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렇다고 배달주문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배달 거절 횟수가 늘면 음식업체(거래처)로부터 벌점이 부여돼 배달대행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악천시에는 라이더 이탈의 급증과 더불어 수수료가 몇천원 더 붙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포기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생각해 배달을 안 하려고 했지만, 비정규직 신분이라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돼 배달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다”며 “주문 자체를 막지 않으면, 누군가는 위험한 배달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는 만큼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며, 플랫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앱, 점주, 소비자, 라이더가 비용을 나누는 ‘공동 부담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상한선을 둬 과도한 전가를 막고, 기상청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적용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배달앱 플랫폼은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적립해 ‘기상 리스크 펀드’처럼 운영하거나, 혹서기에는 라이더에게 별도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아닌 민간 플랫폼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악천시 배달 수수료에 할증이 붙는 건 이해하지만, 그 부담이 외식 매장에만 몰리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은 소비자도 부담하고, 플랫폼도 유연하게 조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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