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는 文 정부때도 단기 효과 그쳐…‘금리인하·공급확대’ 관건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7.03 16:55  수정 2025.07.03 17:53

초강력 대출 규제에 시장 관망세 속 숨고르기

과거 효과 6개월 못 넘겨…“단기 진정 그칠 수도”

주택 공급 확대 등 필요...李, 추가 대책 예고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급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면서 과거 비슷한 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가 소환되고 있다. 문 정부 시절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시행했지만 그 효과는 6개월도 채 가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단기 진정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잠시 부동산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긴 했지만 주택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추세가 맞물리면서 집 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러한 규제 효과가 6개월을 넘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2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전면 금지와 9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등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이번 6.27 대책과 마찬가지로 돈줄을 틀어막고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들을 겨냥했다.


당시 규제가 시행되자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며 시장이 위축됐다.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대출 규제 발표 당일(2019년 12월 16일) 전주보다 0.2%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 폭은 지속 줄어들며 15주 지난 시점(2015년 3월20일)에는 -0.02%로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6월 초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만8298건에서 대출 규제 발표 4개월 만에 7332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5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기 남부권 지역인 수원·용인·성남시 등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심화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문 정부는 6월부터 8월까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 대출 규제 비교표.ⓒ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담대 한도 6억’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6.27 대책은 정부가 대출을 틀어 막았다는 점에서 12.16 대책과 공통점이 있지만 더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고 있다.


12.16 대책이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겨냥해 단계적 차등적으로 규제를 시행했다면 6.27 대책은 일괄적으로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고 다주택자와 갭투자에 대한 대출을 원천 차단하는 포괄적 성격을 띄고 있다.


관건은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 확대와 주택 공급 여부다. 금리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 6억원 한도 내에서 매입이 가능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으로 매수세가 옮겨 붙을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진정 효과는 오래 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로 결국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지난해 9월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주담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약 6개월 간 지속된다고 판단했다. 이후에는 규제 효과가 빠르게 약화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문재인 정부때는 규제 지역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한해 대출을 제한했지만 이번 대책은 수도권 전체 주담대를 규제해 강도가 세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래는 위축되겠지만 가격은 보합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수도권은 내년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전세가는 오르고 추가 금리 인하 여력도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효과가 위력을 발휘한 탓인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주춤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0.40%로 전주(0.43%) 대비 축소됐다. 강남3구와 서초구도 가격 상승폭이 0.1%포인트(p) 낮아졌으며 가격 상승률이 1%에 육박했던 마포구와 성동구도 상승률이 0.80%대로 내려왔다.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매매 가격이 올랐으나 대출규제로 선호지역 내 매매 거래가 감소하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소폭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어두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주택 공급 확대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얼마든지 남아있다”고 밝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예고했다.


이와함께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얼마든지 실행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고 상당한 규모인데 (아직은)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며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을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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