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량규제 경고에 선제적 인상
부채와 수익성 사이...은행의 딜레마
'영끌' 막혔는데 금리마저…서민 한숨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며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기준금리가 될 수 있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점쳤던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당국의 압박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형 '신한주택대출' 금리는 연 3.62~5.02%로, 직전 대비 0.07%포인트(p) 올랐다.
규제 발표 전까지만 해도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떨어지는 것을 반영해 금리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았지만, 금융당국 규제에 발맞춰 올리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역시 5년 주기형 '우리아파트론' 변동금리를 0.06%p 올린 연 3.57~4.77%로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우선적으로 대환대출에 한해 금리를 인상했다. 6개월 주기 변동금리형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는 0.09%p 오른 연 4.32%로 나타났다. 5년 고정 혼합형 금리는 0.08%p 상승한 연 3.81%를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다음주 가산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은행권의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 발표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 구매 시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최장 만기를 30년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대출 만기가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는 총 대출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하반기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사이 균형점을 찾는 모습이다. 당국의 규제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섣불리 금리를 낮춰 대출 수요를 끌어모았다가 정부가 정한 총량 한도를 넘어설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너무 높이면 고객을 다른 은행에 뺏겨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은행들의 금리 눈치게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올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드뱅크·가산금리 산정체계 개편 등의 새로운 금융 정책도 은행 수익성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로 인해 대출 한도가 줄어든 동시에 각 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도 시작되자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규제 압박을 신경 쓰면서도 은행 수익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도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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