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인건비에 무너진 골목 거점” 편의점, 출점 보다 폐점 더 많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7.02 06:43  수정 2025.07.02 06:43

점포 감소에 매출 역성장…생계형 점포 타격 집중

최저임금 인상·인건비 부담, 폐점 고려하는 점주↑

이색 상품과 규제 회피로 트렌드 세터 자리매김

내실 경영 전환, 점포 효율화와 상품 다양화 추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계산대에 있는 담배 판매대와 광고문구의 모습.ⓒ뉴시스

국내 편의점 산업이 경기침체와 인건비, 임대료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하며 ‘출점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 집 건너 한 집’까지 늘어났던 편의점 점포 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한편, 폐점 수가 신규 출점 수를 앞서면서 출점 전략을 다시 짜는 흐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3사의 점포 수는 총 4만8315개로, 지난해 말(4만8722개) 대비 405개 줄었다. 5개월 연속 점포 수 감소세가 이어지며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 수축 국면에 접어든 것을 방증했다.


이 가운데서도 ‘생계형 점포’들이 대부분 타격을 입었다. 지역 커뮤니티 ‘최후의 보루’였던 편의점들 위주로 속속 문을 닫았다.


점포 수가 줄면서 매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5월 편의점은 모든 유통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모두 가정의달 효과 등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편의점 매출만 유일하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성장을 멈췄다는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지금의 소비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고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일상의 등불처럼 존재하던 편의점마저 흔들리면서, ‘생활밀착 산업’에 더 촘촘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편의점 산업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과 주휴수당, 심야 근로수당 등 각종 인건비 지출이 늘면서, 일부 점주는 추가 인력을 줄이고 아예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편의점 규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가맹점 교육”이라며 “추가된 업무로 인해 인건비가 부담되는 것은 물론이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체가 소상공인이다 보니 법을 지켜야 할 때 인지를 못하고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계산대가 근로자 없이 비어있다.ⓒ뉴시스

여기에 올해는 날씨마저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여름은 마진율이 높은 주류·음료 및 각종 식품 매출이 대폭 늘어나기는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오는 날이 많아졌고 평년 대비 기온도 떨어지면서 상품 이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편의점이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각각의 편의점이 출시한 이색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일어날 정도다. 출시와 동시에 늘 화제를 모으는 것은 물론 어느덧 편의점의 매출을 올려주는 ‘실적 효자’가 됐다.


규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회는 대형마트를 월 2회 강제 휴업하도록 하고 있지만, 편의점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유통 채널과 달리 점주들이 모두 소상공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업황 변화를 인지하고 트렌드 주도에 힘을 쓰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방향은 외형 성장에서 내실 경영으로 잡았다. 올해도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출점을 자제하고 점포당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출점 점포의 매장 면적을 넓히고 기존 매장도 옆 상가를 추가로 임차해 공간을 넓히거나 더 좋은 입지의 대형 상가로 이동 출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패션, 뷰티, 신선식품 등 그동안 업계가 손대지 않았던 상품 분야로 다양성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또 빅데이터를 앞세워 성장해 나가고 있다. 편의점은 가맹본부의 안정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운영 지원이 뒷받침돼야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 경영효율화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매장 수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차별화를 위해서는 편의점의 본질인 상품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해당 업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고객 유입과 브랜드 로열티를 높임으로써 점포당 수익을 극대화하는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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