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점수? 빵점이다"…김용태 비대위 49일, 국민의힘이 잃은 것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7.01 04:15  수정 2025.07.01 04:15

​​​​​​​김용태 퇴임, 기득권 자성 촉구

송언석 비대위 체제 출범 예고

양향자 "오더 없으면 혁신도 없다" 질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송언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지난달 11일 '후보교체 파문'으로 사퇴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후임에 지명된 지 49일 만에 마무리됐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이 놀랄 정도로 빠른 당의 변화"를 말했지만, 결국 기대했던 대대적 혁신책 보다 당 주류를 중심으로 한 고립의 벽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수재건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내건 '5대 혁신안'이 관철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먼저 드러냈다. 그는 "저는 대선 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비롯한 당 개혁과제를 제시했고, 많은 의원과 당원분들이 방향에 동의해주셨지만 정작 당의 의사결정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또 "당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개혁을 향한 전당원 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간 국민의힘은 김 비대위원장이 내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진상규명 △당론 결정에 원외와 국민 생각 반영 등 대부분 내용이 당내 반대에 관철되지 못했다. 올해 만 35세인 김 의원은 당내 최연소 인사로, "국민이 놀랄 정도의 빠른 변화"를 약속하며 비대위원장 역할 수행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조기 전당대회 개최' 외 혁신적 성과는 많은 벽에 부딪혔다.


김 위원장은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개혁 의지를 점수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 "빵점"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개혁을 원치 않는 표면적인 혁신의 구호들에 많은 동료 의원분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음을 또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비관하지 않겠다. 보수의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고 당원들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제 역할이 전당대회 출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개혁 방향 탄핵의 강 넘을 주자 있다면 함께 걷겠다"며 "저는 물러가지만 제2, 제3의 김용태가 함께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퇴임 직후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관리형 비대위 체제를 예고했다. 송 원내대표는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혁신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대위는 7월 1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공식 출범하며, 8월 전당대회를 목표로 당무를 총괄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기대했던 대대적 혁신책 보다 당 주류를 중심으로 한 고립의 벽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양향자 국민의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조준 해 "오더가 없으면 혁신도 없느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과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더(주문)에 의해 움직이던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개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혀진다.


양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대선 비대위가 예정대로 종료됐다. 기대했던 대대적 혁신책은 없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비대위원장 퇴임 이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은 미정'이라고 답했다"며 "답답하고 화가 난다. 대선 끝난 지가 언제인데, 50일 전 예고된 대선 비대위가 끝나는 날까지 제대로 된 혁신안을 못 만들어내고 있다니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혹자는 이렇게 비웃는다. (윤 전 대통령) 오더가 있어야 움직이던 당 주류 습관이다"라며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 한 발 짝도 못 나아가고 있다. 정확한 상황 진단에 의한 절절한 반성, 절절한 반성에 의한 단호한 책임 추궁, 단호한 책임 추궁에 이은 처절한 혁신, 즉 '진단-반성-책임-혁신' 순서로 진행돼야 할 '패배한 당의 대응 프로세스'가 모두 멈춰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나는 첫 번째 절차인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선 백서 제작을 공개 제안했다"며 "안철수 의원이 내 제안에 호응하며 '대선에서 왜 졌는지 분석·평가·기록하자. 당원과 국민이 두고두고 곱씹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당 지도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규탄했다.


양 전 의원은 "그 사이 당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며 "우리가 대선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커녕 진단조차 제대로 못 하자,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재의 정치 구도를 굳히기 위해 '대선 불복'을 공식 제기했다. 김민석 임명 반대, 추경 반대 등 합리적 비판과 견제까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떼쓰기 투정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석수 경쟁이야 결과가 정해진 것이지만, 메시지 경쟁, 이슈 경쟁, 프레임 경쟁, 진정성 경쟁 모두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며 "지금 정국을 이끌지는 못해도, 끌려다니진 말아야 할 텐데 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걱정과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양 전 의원은 '혁신의 핵심'에 대해 "핵심은 인적 쇄신일 것"이라며 "김용태 위원장은 오늘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유지된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혹시 난가' 하는 사람은 제발 뒷자리로 물러서라"고 촉구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