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만의 '문민 국방장관' 후보자 안규백…계엄 신상필벌·고강도 쇄신 예고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6.28 06:05  수정 2025.06.28 06:11

첫 출근 "9·19 군사합의 원점 재검토" 언급

민간교류부터 시작…남북관계 '터닝포인트'

계엄 향해 "도려낼 부분 도려야 새살 돋아"

수뇌부 인사 속도…대대적 드라이브 전망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당장 복원하기보다는 남북 평화 분위기부터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 후보자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 육군회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면서 동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먼저 접합한 이후 군사적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았느냐"며 "민간적 차원에서 교류가 먼저 있고, 9·19 합의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2024년 6월 4일 효력을 전면 정지했던 9·19 군사합의를 전격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기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다.


접적지역에서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가 목적이며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다.


가장 시급한 국방개혁 과제에 대해 안 후보자는 "12·3 불법계엄으로 인해 현재 우리 군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처 입은 우리 군의 정신력과 자긍심을 회복 시켜야 한다. 내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12·3 비상계엄 진상규명에 대해 "일제 36년, 6·25 전쟁, 5·16 군사쿠데타, 12·12 군사반란 등을보면서 과거에 대한 정리가 없었기에 현대 문명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돼 일어난다고 생각했다"며 "척결 없이 간단하게 소독약을 뿌리고 넘어가면 또 곪아 터지게 된다.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고 강조했다.


또 안 후보자는 이어 "12·3 내란은 실패했다"며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은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 내란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아 깊이 알고 있는 만큼 여러 방법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5·16 군사정변 이후 첫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자타 공인 국방 전문가로 평가된다.


올해 초 국회에서 가동됐던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이끌기도 했다. 계엄의 내막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며 군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를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4년 만에 첫 문민장관에 내정된 것과 관련해 "오늘 이 시각에도 육상·해상·공중에서, 최남단 마라도부터 서북 도서에까지 물샐틈없이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신뢰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8년 (첫 등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위원장을 지내고 지난 40여년 간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익혔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군을) 국민의 군대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임관 장교들이 지난 4월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제55기 의무사관 임관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방부

이같은 상황을 보면 이재명 정부는 안 후보자 지명으로 국방 개혁 공약의 핵심이었던 '국방 문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방 개혁에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인 출신 장관의 군 조직 장악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문민 국방부 장관의 과제다.


특히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한 군 수뇌부 공백 사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군 정기 인사는 통상 상반기는 4월에, 하반기는 10월에 단행한다.


안 후보자는 군 수뇌부 인사에 대한 방침을 묻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을 붙박이로 오래 해서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없지만, 군에 몸담은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적의 방안이 어떤 것인지 판단해 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군 인사는 이두희 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이 지난 26일 신임 국방부 차관에 지명되고 이날 취임하면서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신임 차관은 취임사에서 "군이 본질적 사명에 충실하고, 군 본연의 임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며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군 소식통은 "계엄 이후 인사 공백에 생겨 여러 여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장관 후보자 지명과 차관 취임 등으로 수뇌부 인사는 물론 후속 인사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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