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바구니 물가 인상 대비 선제적 대응
추가경정예산안 등 특단의 조치 나서
‘기업 팔 비틀기’ 지양…낮은 관세조치 필요
서울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라는 가파른 파고 앞에 선제적 방패를 들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취약 계층의 먹거리 부담을 덜어줄 생활밀착형 재정 사업을 대거 포함하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선 가운데, 관련 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가안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해결해야 ‘제1과제’로 꼽힌다. 통계청이 조사한 '2025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9%로, 올 초부터 2%대를 유지하던 상승폭이 1%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기도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이달 한국은행은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서 “저가 상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생활물가가 높을수록 서민 취약계층의 체감물가가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상승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오랜 시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이어진 데다 고환율 기조 장기화, 정국 불안, 식품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 등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추가적 요인들이 줄줄이 산적해 있는 까닭이다.
특히 하반기 물가인상 도미노에 대한 우려도 크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등 생필품 수요가 급증하는데, 여름철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겹치며 공급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 시점이 9~10월에 집중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입 원재료 가격 반영, 에너지 요금 조정 등 계절적·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연쇄적인 물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의 유가보조금 축소나 공공요금 인상 등 유보된 정책 조치가 재개될 경우, 체감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공급망 문제 등 글로벌 불안 요인이 심각해지자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물가 상승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식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 비중이 증가하면서 외식은 줄고 서민들의 소비 씀씀이도 감소한 상태다.
외식업계서는 향후 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물가를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기업 팔 비틀기’와 같은 인위적인 물가 억제 정책 보다는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해 물가 안정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은 현장에선 한계가 분명하다”며 “식자재 가격이 뛴 게 가장 큰 원인이니, 할당관세 품목을 늘려 원가 부담을 낮춰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물가 대책 마련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4일 ‘물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민주당은 향후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이 민생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물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 정부는 출범 15일 만에 2차 추경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26일 뒤 '일자리 추경'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그만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한 민생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확정된 추경안의 핵심은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에서 강조한 방향성이 반영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내수 확대에 15조2000억원, 소상공인 재기 지원 등 민생 안정에 5조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식품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연장에도 나섰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은 원가가 오른 데 따른 불가피한 영향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와 협의를 통해 인상 품목과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할인 행사 진행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도 발굴한다.
이와 더불어 전기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3일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유가나 원자재 가격 같은 대외 변수가 워낙 많고 변동성도 크다 보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특히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이들은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중, 소위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어 체감 부담이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처럼 저소득층에 식료품 소비를 지원하는 ‘푸드 스템프(Food Stamp)’ 제도를 참고해, 정기적으로 식품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상승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 입장에선 할당관세 적용 품목이 10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대부분 원재료에 치중돼 있어 가공식품 등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할당관세는 무작정 품목 수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실효가 있는 품목 위주로 선별 적용해야 한다”며 “품목별 효과를 철저히 분석해 실질적인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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