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 구속 기소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당시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방화범이 바닥에 인화물질이 뿌린 지 10여 초 만에 불길이 확산돼 자칫 대형 인명피해를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남부지검이 25일 공개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 여의도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5호선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방화범 원모(67)씨가 백팩에서 페트병을 꺼내더니 노란 액체를 바닥에 쏟아부었다. 이 액체는 사건 전 원씨가 주유소에서 구매한 휘발유로 확인됐다.
원씨가 액체를 뿌리기 시작하자 이를 알아챈 주변 승객들이 다른 칸으로 빠르게 대피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들 중에는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임신부도 있었다. 이 여성은 휘발유를 밟고 넘어지기도 했다.
원씨가 바닥에 액체를 뿌린 지 10여 초 뒤, 라이터에 불을 붙이자 해당 열차 칸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가장 늦게 대피한 임신부가 2∼3초만 늦게 도망쳤어도 몸에 불이 붙을 수도 있었다.
승객들은 화재가 난 장소에서 가장 먼 열차 칸으로 대피했으나, 금세 열차 내부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전동차 내부 좌석 등이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교체되면서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승객들과 기관사의 침착한 대응도 빛을 발했다. 기관사가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로 안내를 했고, 승객 약 400명은 직접 출입문을 열고 선로를 따라 긴급 대피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원씨를 살인미수 및 현존전차방화치상 등의 혐의로 25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담수사팀(형사3부장 손상희)을 꾸려 원씨의 심리 분석과 범행 경위를 집중 수사한 결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살인미수죄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은 "화재 재연 실험 결과 급격하게 화염이 확산하는 휘발유 연소 특성상 승객 대피가 늦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원씨는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피해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