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바이오] CDMO 파동 일으킨다…제임스 박, 롯데가 선택한 바이오 '메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26 06:00  수정 2025.06.26 06:00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4월 첫 수주 이어 英 기업과 CMO 계약

글로벌 톱 10 CDMO 기업 도약 예고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누군가(Who)의 이야기를 후(Who)련하게 파서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에 꼭 등장했으면 좋겠는, 혹은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인물이 있다면 제보 환영합니다.



박제임스종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롯데바이오로직스

메기. 청어가 담긴 수조에 메기를 넣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낀 청어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전체 생명력이 강해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기 효과’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생태계에 투입된 메기는 정체된 흐름을 흔들며 변화를 유도한다. 기업은 ‘메기’형 리더를 영입함으로써 침체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외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올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한다.


롯데가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이라는 거대한 어항에 들인 ‘메기’가 있다. 바로 제임스 박 대표다. 글로벌 CDMO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조기 안착과 성장 가속이라는 숙제를 안고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제임스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 메기로 지목됐다.


수주 부진 끝낸다…발로 뛰는 ‘적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머크, BMS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기술 도입 및 수출, 사업 개발, M&A 등을 주도한 박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당면한 수주 부진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박 대표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직전에 몸 담았던 지씨셀의 실적이 2023년 들어 급격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2030년 매출 1조, 글로벌 CDMO 톱 10 진입’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앞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시장의 물음표는 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였다.


박 대표는 자신을 향한 물음표에 행동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한 달 차인 지난 1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투자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청사진을 알렸다.


이어진 발걸음은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로 향했다. 2023년 BMS로부터 인수한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기지다. 박 대표는 현장을 찾아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 라인 설치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독려하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당시 “올해 안에 수주를 따내는 게 미션”이라고 말하며 뚜렷한 목표 의식을 드러냈다.


우려를 기대로…첫 수주 ‘신호탄’

박 대표의 목표는 단순한 포부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수주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ADC 임상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첫 수주의 포문을 열었다. 이는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내 ADC 생산 시설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성공적인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두 번째 수주 소식도 잇달아 들려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9일 막을 내린 ‘바이오 USA’ 에서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 파마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추가 수주 실적을 쌓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외에도 현재 ADC 분야에서 3~4곳의 기업과 추가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오 USA 현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박 대표는 “이미 ADC 관련 위탁생산 논의가 다수 이뤄지고 있다”며 “한 달 내로 1~2건 가량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 올 하반기까지는 5~6건을 추가 수주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수주 기반에는 박 대표가 앞세우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이 있다. 그 핵심 전략 중 하나가 차세대 ADC 플랫폼인 ‘솔루플렉스 링크’다. 국내 바이오 벤처 카나프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솔루플렉스 링크는 기존 ADC 단점인 불안정성을 개선하고 생산 수율과 치료 효율을 동시에 높인 것이 특징이다. 치열한 ADC CDMO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박 대표의 무기이기도 하다.


두 번째 전략은 한국 송도와 미국 시러큐스를 잇는 ‘듀얼 캠퍼스’ 운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한국과 미국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고품질 생산 시스템을 고객사들에게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취임 반년 만에 시장의 우려는 기대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정체돼 있었던 글로벌 수주에 탄력이 붙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박 대표에게 기대했던 메기 효과가 극대화 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파동이 국내 CDMO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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