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 임박…한화, 사업 구조 재편 전망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6.26 16:33  수정 2025.06.26 19:59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논란, 상법 개정 빌미로 지적돼

개정시 기존 주주 권리 침해 방지 위해 중복상장 난망

한화 측 "한화에너지와 합병 안 한다" 강한 부인에도

김승연의 세 아들 지배력 강화 문제로 꾸준히 거론돼

2022년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가 세 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그룹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3세 경영'이 시작된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 3월 말 보유 중인 한화 지분 절반가량(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사실상 지주사 경영권 이양을 마무리했다.


한화는 당시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김동관 한화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후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 됐다.


하지만 이와 맞물린 시기에 이뤄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은 이재명 정부에 상법 개정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역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여파로 그룹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유상증자 발표 한 달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에 1조3000억원을 주고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 경영 승계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기존 34.7%에서 42.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금을 오너 일가에 몰아주고, 필요한 투자 자금은 일반 주주들로부터 조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는지 투자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하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도 이를 콕 집어 "우리 자본 시장이 이렇게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는데도 기어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쓸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3억6000억원)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고, 한화그룹 측도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회장이 같은 달 자신이 보유 중이던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승계가 마무리됐지만, 승계 재원 마련과의 연관성을 둘러싼 해석이 끊이질 않았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우여곡절 끝에 한화의 3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이제 업계의 시선은 3세의 경영 체제를 탄탄하고 안전하게 구축하는 '지배력 강화'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오너 일가는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나, 지분율이 상이한 두 회사 간 합병을 활용해왔다. 합병의 경우 필요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면 합병 비율이 유리하게 산정돼 지배력 강화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상법이 개정되면 이런 작업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소액주주 이익 보호'다. ▲이사 충실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총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독립이사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3%로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등이 상법 개정안에 담겼다.


관행적으로 실행돼 온 해당 방식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징후로 보여 반발이 불거질 수 있고, 법적 분쟁 같은 극단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 보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만한 인센티브가 생기는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장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향후 세 아들이 중심이 돼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한화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화에너지 IPO 이후 한화와 합병한 뒤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는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2%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IPO 공모 자금을 확보할 경우 한화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만약 한화에너지가 지주사로 전환된다면 기존 한화 소액주주들이 소외되고 주주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중복 상장 등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한화 3세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향후 지주사로 전환되면 한화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기존 상장사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인으로 중복상장이 지적돼 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투명한 지배구조를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가 한화그룹 승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화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지분을 증여하면서 승계는 완전히 마무리됐다"면서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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