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하나·카뱅,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신한도 검토중"
은행권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경쟁에 한은 CBDC도 '흔들'
"트렌드는 쫓되, 성과 장담 어려워…주도권 선점 위한 방어적 성격 우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글로벌 금융 흐름 속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잇따라 관련 검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발맞춘 따라가기식 대응이라는 평가 속에 실질적인 수익성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트렌드는 쫓되, 성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권의 속내는 다소 신중한 기류가 엿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에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권에서 잇따라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적극 행보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을 조합한 'KBKRW', 'KRWKB'를 비롯해 'KBST', 'KRWST'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날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암호화폐 채굴업 등 3개 상품 분류로 나눠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원화 'KRW'에 카카오뱅크를 뜻하는 'KKB' 등을 조합한 형태다.
하나은행도 전날 'HanaKRW', 'KRWHana' 등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16개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 신청했다.
신한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권의 참전이 본격화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내부에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화 주권이 없는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그 자체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데다가, 당장 어디에 유용한가를 봤을 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송금 대체 수단이라고 해도 결국은 은행들이 기존에 하던 업무가 일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서비스와 관련된 개발비용도 은행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수익성과 실익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시장 흐름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의 요구가 있으니 피할 수 없는 방향인 것도 사실"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혁신으로 기대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수익성과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장애물"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은행권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건 시장을 빼앗기기 전에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방어적 성격이 우선은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한국은행과 함께 진행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 참여라는 또 다른 과제도 안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과 7개 주요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오는 30일 종료된다.
이 테스트는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지급·결제 시나리오를 실제로 실험해보는 방식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그러나 2차 테스트를 앞두고 CBDC 추진의 실효성을 놓고 한국은행과 은행권 사이에 뚜렷한 시각차가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가 이창용 한은 총재와 18개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보고서에 의하면, 은행권은 '프로젝트 한강'인 CBDC와 관련해 "1차 테스트에는 적극 협조했지만, 후속 테스트는 한은과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BDC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라 비용 구조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실제 투입 예산을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수익 모델이 아직 없고, 인력·인프라·시스템 구축 등 보이지 않는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BDC는 제도적 안정성과 통화 정책 연계성이 강점이고, 스테이블코인은 빠른 확장성과 민간 혁신성이 장점인 만큼, 은행으로서는 둘 다 대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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