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비과세 '특혜인가, 배려인가'…정부 '폐지 검토' 엇갈린 시선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6.25 07:15  수정 2025.06.25 07:15

상호금융 비과세 제도 올해 말 일몰 예정…1인당 3000만원까지 혜택

조합원·준조합원 1.4% 지방소득세만 부과…조세지출 규모 약 1조원

전문가 "서민에겐 혜택 유지하되 고소득층 중심 수혜 구조 바로잡아야"

업계 "폐지 시 고객 이탈 가능성…비과세 제도 변경 시 금리 인상 검토"

정부가 상호금융권 예·적금 및 출자금의 비과세 혜택 폐지를 검토하면서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신협중앙회

정부가 상호금융권 예·적금 및 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를 검토하면서,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서민,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출발한 제도가 고소득층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과, 여전히 지역 서민금융의 핵심이라는 상호금융권의 반박이 맞서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한 조세지출 정비의 일환으로 상호금융권 비과세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심층평가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농어민·서민 지원 취지로 도입…올해 말 일몰 예정
일반인도 출자금만으로 '준조합원' 자격 취득 가능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는 농어민·서민을 간접 지원한다는 취지로 1976년 도입됐다. 2022년 개정돼 올해 말 일몰이 예정돼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상호금융 조합원과 준조합원은 1인당 3000만원까지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예·적금 및 출자금 이자소득에 대해 15.4%(이자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 대신 1.4%의 지방소득세만 부과된다. 이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지나치게 적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자들까지 준조합원으로 가입해 혜택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농어민(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도 수만원 수준의 출자금만으로 '준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층 혜택 활용 늘어…형평성 논란에 폐지 검토
예보 한도 상향에 '머니무브' 우려…부정적 시선 커져


이에 정부는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폐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오는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면 '머니무브'(자금 이동)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어, 비과세 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권이 우려하는 금융 소외계층 피해 우려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다만, 핵심은 제도의 전면 폐지가 아니라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른 차등 적용"이라며 "서민과 농민,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혜택을 유지하면서, 고소득층 중심의 비과세 수혜 구조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과세 혜택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간접 지원인 만큼, 수혜자와 정책 목적이 일치하도록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제도 정비 과정에서 진정한 서민층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와 충분한 과도기적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상호금융권은 반발…예금 이탈·금융소외계층 타격 우려도


반면, 상호금융권은 반발하고 있다. 농어민·고령층·자영업자 등 지역 기반 고객이 여전히 주 이용층이며, 혜택이 폐지되면 예금 이탈과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최대 50조원 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출금리 상승, 금융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은 고객들이 상호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폐지될 경우 고객의 이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아직 세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자금 유출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제도 변경이 현실화할 경우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은 수도권에 집중된 시중은행과 달리 비수도권 영업 비중이 높아 지역 고령층과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시중은행과 달리 비수도권 지점 비중이 높다"며 "이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저소득층 및 소상공인 지원과도 맞닿아 있다. 비과세 혜택은 단순한 세제 지원을 넘어 지역 금융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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