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업계가 술렁였다. 수도권 명문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부컨트리클럽이 홀당 110억원대에 매각되었기 때문이다. 인수자는 더 시에나 그룹. 치열한 인수전 끝에 성사된 이 거래는 ‘역대 최고 수준의 매각가’라는 수식어를 낳았다.
일부에선 이 사례를 근거로 “골프장 시장이 다시 황금기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 거래를 전국적 시장 흐름의 지표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착시다. 중부CC는 수도권 프리미엄이 응축된 예외적 사례일 뿐, 전국 골프장 시장의 현실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중부CC는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다. 서울 강남에서 40분 내외, 접근성 뛰어난 중부권 요지, 40년 가까운 회원제 전통, 여기에 지속적인 내장객 수요까지 갖춘 ‘준 랜드마크급’ 골프장이다. 수도권 골프장은 땅 자체가 귀하고 신규 인허가도 사실상 막혀 있어 기존 명문 골프장은 자연스레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번 인수가는 포스코 계열이 자체적으로 내부 거래를 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홀당 160억원)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시장 거래 기준 역대 최고가다. 하지만 이 기록 경신은 중부CC만의 입지적, 수급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지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신호탄은 아니다.
팬데믹 기간, 사람들은 실내 대신 야외로 나섰고 골프는 대표 수혜 종목이 됐다. 수요는 폭증했고, 대중제 골프장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나 코로나 특수가 끝난 지금, 골프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지방권 골프장은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 나온 지방 골프장 매물 중 상당수는 가격이 대폭 하락했으며 인수 희망자조차 붙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내장객 수는 줄고 비용은 증가하며 캐디 확보와 인건비 부담도 커져 수익성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매우 닮아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여전히 거래가 몰리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미분양과 실거래가 하락으로 침체가 심화된다. 골프장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은 ‘자산’으로, 지방은 ‘사업 리스크’로 평가받는다. 같은 산업 내에서 입지에 따라 가치와 투자매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구조다.
결국 중부CC의 고가 매각은 수도권 프리미엄이 만들어낸 예외적 장면이다. 이를 두고 “전국 골프장 시장이 살아났다”고 해석하는 건,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전국 아파트가 상승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골프장 산업의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팬데믹이라는 일시적 특수로 수요가 부풀려졌던 시기를 지나며 구조적 문제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령화로 신규 골프 인구 유입은 제한적이며 지방 골프장의 공급 과잉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운영리스크 또한 확대됐다. 인건비는 오르고 캐디수급은 어렵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유지관리비 증가는지방 골프장의 수익구조를 잠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순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 일부 프리미엄 골프장의 고가 거래는 ‘산업 회복’이 아닌, ‘희소자산 쏠림’ 현상에 가깝다.
중부CC의 110억원 매각은 분명 화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산업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수도권 프리미엄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골프장 산업은 팬데믹 특수 이후 분화되고 있고,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중부CC를 ‘황금기 재개’의 상징처럼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시장의 진짜 신호를 놓치게 된다. 중부CC는 골프 산업 전체의 미래가 아니라 수도권 고급 자산 시장의 단면일 뿐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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