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격 인상' 칼 빼든 토요타, 버티는 현대차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6.23 11:11  수정 2025.06.23 11:11

자동차 관세 길어지자… 가격 올리는 車 브랜드들

토요타, 7월부터 평균 270달러 인상·미쓰비시 2.1% 인상

버티기 나선 현대차·기아… "인상 가능성 높아"

ⓒAP=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시행 3달 째에 접어들면서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버티던 브랜드들의 고집이 하나 둘 꺾이는 분위기다. 토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차그룹 역시 곧 가격 인상 관련 정책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토요타자동차는 오는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차량의 가격을 평균 270달러(약 37만원) 인상한다.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평균 208달러(약 28만원) 가량 인상한다.


지난 18일에는 미쓰비시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웃랜더, 아웃랜더 스포츠, 이클립스 크로스 등 SUV 3종의 가격을 평균 2.1% 인상한 바 있다.


두 업체 모두 관세 여파가 아닌 '정상적인 가격 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활용해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재고가 대부분 소진된 데다 지난 두 달간 수익 악화 역시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지난 4~5월 두 달 동안 12억 달러 가량 이익이 감소했으며, 미쓰비시는 5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6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이 약 400억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이자, 대표적인 대중 브랜드 토요타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주요 대중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 정책 시행 이후 페라리, 볼보, BMW 등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찍이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중저가 대중 브랜드들은 일제히 가격을 동결하고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대중브랜드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곧 점유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점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토요타가 가격을 올리고 나선만큼 그동안 눈치를 보던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을 줄줄이 꺼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건 '피해를 언제까지 감수할 것인지'다. 현대차그룹 역시 가격 인상에 있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앞서 6월 2일까지로 잡았던 가격 동결 시한을 7월 7일로 늘려잡았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서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종의 가격을 1%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당시 현대차 측은 "이 시기는 시장 동향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정기적인 연례 가격 검토"라며 부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미국 대중 브랜드들 사이 토요타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누리려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일정 부분의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동결 기한을 늘려잡으면 미국 내 수요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가격 인상이 줄줄이 현실화되면 미국 내 자동차 평균가격은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권장소비자 가격은 평균 5만96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상승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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