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이선빈 "0.1초의 감정까지, 공포의 디테일 연기"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6.22 14:20  수정 2025.06.22 14:20

이선빈 "좋아하는 장르라, 더 신중히 접근"

배우 이선빈이 영화 '노이즈'를 통해 공포 장르에 첫 도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포 콘텐츠를 즐겨온 이선빈은 좋아하는 장르일수록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며 개봉을 앞두고 한껏 긴장한 모습이었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여동생이 실종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로, 이선빈은 동생을 찾아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 주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바이포엠 스튜디오

주영은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아파트를 찾고,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여기에 아래층 이웃(류경수 분)의 위협적인 항의까지 더해지며 불안은 극에 달한다. 주영은 동생의 남자친구 기훈(김민석 분)과 함께 실종의 실마리를 쫓기 시작하지만,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이웃들과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에 점점 지쳐가며 무너져간다. 이선빈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했고, 좋아하는 장르 안에서 진심을 담은 연기로 관객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공포는 너무 애정하는 장르라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임했어요. 잘해내고 싶었고요. 그래서 '노이즈' 찍을 땐 디테일 하나하나 살리려고 진짜 노력 많이 했고요. 근데 이게 결국 제 노력일 뿐, 관객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많이 긴장되고 떨려요."


주영은 어릴 적 사고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보청기를 끼면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빼는 순간 세상과 단절된다. 이선빈은 청각이 공포 장르에서 핵심적인 감각이라는 점에 주목해, 해당 설정이 이야기의 주제를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 작품 시나리오 보고 제일 매력 느꼈던 게, ‘청각’이 메인이라는 점이었어요. 무섭다고 귀부터 막는 분들 많잖아요. 그만큼 청각이 공포 장르에서 핵심인데, 이 영화는 그 청각이 주제이자 공포의 수단이에요. 게다가 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외국 영화 중에 '맨 인 더 다크'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건 눈이 안 보이는 살인자 이야기고, 이건 피해자 입장에서의 청각이니까 공포감이 또 다를 거라 생각했어요."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의 극한 공포,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액션, 그리고 동생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까지, 이선빈은 다양한 장면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밀도 높게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아파트 부녀회장이 주민들을 상대로 재건축 추진을 선동하는 상황에 주영이 뛰어드는 장면이다.


"연기를 할 때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은 드라마적인 감정이었어요. 공포라는 게 단순히 놀래키는 장면만 있으면 무서운 게 아니고, 감정선이 제대로 쌓여야 진짜 몰입이 되잖아요. 주영이란 캐릭터도 처음엔 평범한 사람인데 점점 무너져 가면서 어떤 선을 넘게 되죠.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여야 했고, 마지막에 폭발하는 장면은 정말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신이었어요. 마이크 선 뽑고 외치는 장면이요. 그 신 없이는 지하실로 가는 결정도 설득이 안 될 것 같았고요."


ⓒ바이포엠 스튜디오

공포 장르는 극도로 정교한 타이밍과 신체 감각이 요구되는 장르이기에, 이선빈은 사소한 눈동자의 움직임 하나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며 연기에 임했다.


"사실 공포 장르가 쉽지 않아요. 0.1초, 0.2초 차이로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반응 타이밍, 눈동자 방향, 모든 게 계산돼야 하는 장르예요. 그래서 촬영할 땐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공포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아무것도 몰라야 하잖아요. 근데 연기자는 제일 많이 알고 있어야 하니까, 이 간극을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노이즈'는 작품의 결말을 둘러싼 해석의 여지가 큰 작품이다. 이에 이선빈은 인물의 감정을 명확히 규정짓기보다 여백을 남기는 방향을 택했다.


"이번 작품 하면서 더 알게 된 게 있어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라서 감독님과도 진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결말을 두고 관객분들이 해석이 다양하길 바라요. 그래서 모호함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명확한 답을 갖고 연기하면 표정에 티가 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후반부에는 그냥 대사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고 연기했어요."


'노이즈'는 이선빈에게 장르적, 이미지적 변신을 위한 시도였다.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결을 시도한 이번 경험은, 배우로서의 방향성과 내면의 가능성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 작품으로 남았다.


"장르가 주는 인상이라는 게 배우한테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거든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용기를 내서 해봤던 도전이었는데 만족스러워요.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제 연기 인생의 새로운 챕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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