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이어 ‘카지노’까지, 재편성 시도 중인 MBC
KBS Joy서 만난 ‘디어엠’, KBS서 다시 본다
방송 편성표에 ‘익숙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타 플랫폼 또는 채널에서 이미 방송된 작품이 다시 지상파 편성표를 채우는가 하면, 한국판과 같은 원작을 공유하는 일본판이 ‘변주’를 강조하며 한국 시청자들을 만난다. 저마다의 이유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일각에서는 ‘효율성’에만 방점을 찍는 선택이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재방송 채널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는 PD들의 우려에도 불구, MBC는 7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를 ‘MBC 특선시리즈’로 TV 최초 편성한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차무식(최민식 분)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은 ‘카지노’는 2022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작품이다.
최민식이 오랜만에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나 주목을 받았으며, 한 인물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지만, 올해 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편성한 데 이어, ‘카지노’까지 편성표에 등장하자 PD들은 반발했었다. 지난 4월 MBC 드라마 본부 PD 및 제작진은 “7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 2년 전 공개된 ‘카지노’를 재편성하면서 올해 방송을 목표로 했던 ‘판사 이한영’의 방송이 내년 초로 연기됐다”고 주장하며 디즈니플러스의 재방송 채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MBC는 ‘카지노’ 편성을 강행하며 ‘콘텐츠의 수명 연장’, ‘시청자의 콘텐츠 접근권 확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잊힐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다시 소개해 수명을 연장하고, 유료 결제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작품을 모두가 볼 수 있는 지상파 채널에서 선보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KBS에서는 KBS Joy를 통해 한 차례 공개된 ‘디어엠’을 ‘다시금’ 선보인다. 서연대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은 서연대 커뮤니티 글의 주인공 'M'을 찾으며 핑크빛 추리를 펼치는 무보정 노필터 청춘 로맨스 드라마 ‘디어엠’은 방송 전 주연 배우 박혜수가 학교 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여 첫 방송이 연기됐고, 이에 일본의 OTT 플랫폼 U-NEXT, 이후 KBS Joy를 통해서만 공개됐다.
KBS는 한 매체를 통해 “제작사와 계약 조건상 KBS가 해당 드라마를 편성, 방송하지 않으면 약속한 제작비를 지급하기 어렵다”며 제작사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이미 두 차례나 공개된 작품을 KBS에서 다시 공개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는 힘들다.
‘재편성’은 아니지만, tvN은 일본판으로 버전을 달리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를 하반기 선보인다. 인기 웹소설인 동명의 원작을 일본 버전으로 각색한 드라마로, 기획 및 제작을 맡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한국판 ‘내남결’의 리메이크가 아닌, 원작 웹소설을 영상화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한국판 ‘내남결’과의 비교가 이어졌다. 주연을 맡은 일본 배우 코시바 후우카와 사토 타케루는 한국 버전의 작품을 시청했다며 해당 작품의 장점을 업그레이드해 이어나가겠다는 바람을 전했었다.
스튜디오드래곤 손자영 책임 프로듀서가 시청자들을 향해 “한국판을 본 사람은 ‘같은 아이템으로 이렇게나 다른 변주를 줄 수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보신 분들은 일본판만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다”고 차별점을 강조했는데 그의 말처럼 스튜디오드래곤의 새 시도를 선보이면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방송사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수익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례가 탄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등 방송사들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재추진하며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방송의 ‘공적인’ 부분에 기대기도 하지만 해외 판매 또는 OTT와의 협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방송사 및 드라마 시장의 어려움이 심화되며 평일 드라마가 축소되는 등, 신작들로 편성표를 꽉 채우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세 사례만 봐도 이유, 목표들이 모두 다르다. 그만큼 다양하게 전략을 추구 중인 것”라고 현실을 짚으면서도 “다만 그 선택이 방송사의 위상 및 편성의 무게감을 지키는 방향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내부 구성원들도, 시청자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지노’ 편성을 반대한 MBC PD들은 해당 편성은 MBC 드라마가 그간 쌓아온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MBC 드라마 회복의 흐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