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 건설경기 지원에 2조7000억원
준공 전 환매조건부 매입 12년 만에 부활
금융·세제 지원 등 수요 정책도 병행돼야
정부가 지방 미분양주택 1만 가구를 환매조건부로 사들이는 정책을 내놓았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사업장에는 2000억원을 투입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별보증에도 나선다. 미분양과 자금 경색으로 벼랑 끝에 몰린 건설업계를 정면 지원하겠다는 조치다. 유동성 위기로 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진 건설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전날인 19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에는 건설경기 활성화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반영됐다. 정부는 PF 단계별로 ▲마중물 리츠 ▲PF 특별보증 ▲미분양 안심환매에 유동성을 투입한다. 이중 PF 특별보증에는 2000억원, 미분양 안심환매에는 3000억원이 책정됐다.
앵커리츠 PF보증...혈세로 1만가구 반값에 산다
우선 초기 브릿지론(본PF 진입 전 대출) 단계에서 추경을 통해 국비 3000억원을 출자해 1조원 규모의 ‘PF 선진화 마중물 지원을 위한 앵커리츠’(마중물 앵커리츠)를 조성한다.
앵커리츠란 개인투자자가 아닌 주택도시기금 등이 최대 주주로서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을 돕는 리츠다. 우수한 개발 사업장에 앵커리츠가 토지 매입(브릿지론) 총사업비의 10~20%를 투자해 인허가 이후 본PF 대출 때 회수하는 방식이다. 브릿지론 단계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착공 단계에서는 ‘PF특별보증’이 도입된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보증실적을 보면 110개 사업장 중 90곳이 시공순위 100위 밖 건설사의 사업장이었다. 이에 제 2금융권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를 대상으로 오는 2027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전용 PF대출보증을 신설한다. 추경 예산 2000억원이 지원된다.
특히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12년 만에 환매조건부 매입 정책을 부활시켰다. 자금이 부족해 준공조차 어려운 건설사를 돕고 미분양에 따른 분양보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준공 후가 아닌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HUG가 공정률 50% 이상인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50%로 사들이고 건설사가 준공 후 1년 내 재매입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재매입가는 당초 HUG가 매입한 가격에 최소 실비용(조달비용)이 추가된다.
예상 소요 비용은 2조4000억원으로 3000억원은 추경으로 편성된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HUG에서 마련해 3년간 1만 가구를 매입할 방침이다. 준공 후 1년이 지나도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재매입하지 못하면 소유권은 HUG가 넘어간다.
앞서 정부는 미분양이 늘어났던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환매조건부 매입 정책을 시행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시 1만9000가구를 지원했을 만큼 정책 효과가 컸다.
2010년 금융위기때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자 준공 전 미분양 물량에 대해 환매조건부 매입 규모를 3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미분양 해소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미분양 물량은 16만5000가구에 달했다.
현재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000호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 전 미분양 환매조건부 매입 정책과 함께 ‘투트랙’으로 실행되면 지방 미분양 해소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1997가구로 지방이 80%를 차지한다. 악성 미분양은 2만6422가구로 11년 8개월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미분양 담보로 자금 융통...장기적 효과는 글쎄
건설업계는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에 대해 일단 환영의사를 보였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편성한 것은 공사비 급등,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PF 사업장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제 완화라든지 수요진작 정책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1만 가구 매입은 규모 측면에서 큰 물량이고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출금리 인하, 양도세 한시적 면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 등 지방 경기를 살리는 정책으로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접근 방식이 보다 근본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입가격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당장 자금 융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헐값’에 매입하는 구조에서 과연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단순 계산으로 HUG가 2조4000억 원을 투입해 1만 가구를 매입할 경우, 아파트 한 채당 평균 매입가는 약 2억4000만 원 수준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정관리 직전의 회사라면 분양가의 절반 수준이라도 자금 확보가 시급해 고마울 수 있다”면서도 “매입가가 낮으면 정부의 지원 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의 50% 수준인 매입가격은 그닥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있지만 환매까지 이뤄지는 사업장은 '일단 분양까지만 가면 팔릴 만한 사업장'일 가능성이 높아 우량사업장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정책방향에 부합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건설 경기의 회복이나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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