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총리 "의견 맞지 않아 합의 도달 못해"
자동차 관세 철회는 커녕 인하도 실패… 업계 '촉각'
한미 정상회담마저 불발… 韓 자동차 업계 시름 깊어질 듯
미국과 관세 합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일본이 협상에 실패하면서 글로벌 관세 여파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일본과 같은 상황에 처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아쉬움이 묻어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한미 정상회담까지 불발된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시름은 당분간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G7(7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7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만나 약 30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시바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부과한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의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는 "우리는 일본의 국익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양국 모두에게 유익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과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언제 협상이 타결될지 알 수 없으며 장관급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미국과 협상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 중 하나로, 합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왔다. 2023년 말 일본의 누적 대미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7830억 달러였으며, 이시바는 지난 2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 총액을 1조 달러(약 1372조원)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됐던 건 자동차 관세 인하다. 토요타, 혼다, 미쓰비시, 닛산 등 주요 일본 업체들이 꾸준히 미국 내 생산시설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미국 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무려 약 350만대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차는 미국에서 잘 팔리는데, 미국 차는 일본에서 안 팔린다'고 불평하자 최근 토요타자동차는 '미국산 자동차를 일본 내 토요타 판매망을 활용해 팔겠다'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영국과 협상을 타결하고 중국과 관세 휴전에 합의한 이후인 만큼 일본이 꺼낸 관세 패키지는 트럼프의 예상을 깨는 수준이어야 했을 것"이라며 "일본이 관세 철회가 아니라 인하 마저도 해내지 못한 만큼 한국의 입장에서도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자동차 관세 협상 실패는 우리 정부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미국 내 판매량 톱(TOP)3에 오른 자국 업체가 있다는 점 등에서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토요타자동차가 개별기업으로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으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 처럼,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31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이후 긍정적 신호가 없었다는 점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마저 불발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당분간 속이 타들어갈 전망이다.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G7 일정을 하루 단축해 조기 귀국하면서다. 사실상 미국 관세 정책 시행 이후 첫 한미 협상 테이블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율을 추가 상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업계에서는 정부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일본의 협상 실패로 한국 입장에서는 협상 성공의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 협상 불발 사례를 참고해 최대한 설득력을 높이고 철저히 준비해야할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율을 현재 수준에서 더 높일 경우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협력 업체, 부품 업체들의 줄도산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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