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다변화 못 박은 SK하닉...삼성은 반대로?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6.12 12:11  수정 2025.06.12 12:11

SK하이닉스, 전날 "다변화 정책 변화 없다"

하반기 장비 발주도 한미·한화에 나눠질 듯

삼성전자는 자회사 세메스로 내재화 움직임

전문가 "내재화 이점 크지만, 단점도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필수 제조 장비 'TC본더'의 다변화 전략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반기 물량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공급처를 두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못 박은 셈이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TC본더 내재화에 집중하면서 양사의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 부사장은 지난 10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TC 본더'의 다변화 전략에 대해 "앞으로도 회사의 다변화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조에 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으나, 최근 이같은 독점 공급 체제에서 벗어나 한화세미텍과도 TC본더 장비 공급 관계를 맺었다. 사실상 김 부사장의 이번 발언으로 SK하이닉스의 장비 다변화 전략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단일 공급업체였던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올 초 한화세미텍을 공급망에 합류 시킨 데 대해 반발하며 장비 가격 인상 요청, 고객서비스(CS) 전담 인력 철수 등과 같은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미반도체가 CS 인력들을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 복귀시켰으며, 청주에 이어 이천에도 고객사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한 거점 오피스를 개소하는 등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나란히 TC본더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장비의 인도 종료일이 내달 1일로 다가오면서 하반기 물량에 대한 논의도 곧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가 60~80대의 TC 본더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상반기 30대 안팎의 장비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반기 물량도 비슷한 규모의 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TC본더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와 일본 신카와로부터 NCF(비전도성 필름) 방식의 TC본더를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신카와의 장비 수준이 경쟁사 제품 대비 떨어지는 데다 세메스의 기술력이 올라가면서 삼성전자가 자회사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재화를 통해 수익성까지 챙길 수 있어 재편을 통한 이점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카와의 기존 장비가 삼성전자에서 일부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의 협력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재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사실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어느 한 곳에 물량이 쏠리는 형태는 좋지 않다"면서 "다양한 공급망을 둬야 위기대응은 물론, 향후 가격 경쟁 등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갈 수록 시장에 풀리는 HBM 물량이 늘어날텐데 이를 다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루트의 공급망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 역시 "삼성이 세메스한테만 장비를 들여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세메스의 비중이 높고 다른 업체들로부터 받는 물량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면서 "HBM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장비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어느 한곳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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