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후 달라진 것 없나…연극계 이어 인디씬도 논란 계속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6.11 11:01  수정 2025.06.11 11:01

인디 음악계와 연극계에 성추문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투 운동 이후에도 변화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나상현씨밴드의 보컬 나상현과 밴드 품바21 드러머 우현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시작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인디 음악계와 연극계 등 독립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분야에서도 미투 운동의 파장은 컸다.


인디계의 경우, 더모노톤즈 멤버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 팀이 해체되고, 내귀에도청장치의 베이시스트 황의준이 술자리에서 여성 음악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 처분을 받고 팀을 떠났다.


미투 운동의 열기가 다소 식은 지금, 인디씬에선 다시금 성추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나상현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인정하는 듯했으나 뒤늦게 사과를 번복하며 대중의 거센 반감을 샀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비하며 과거의 논란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밴드 품바21의 우현수 역시 사생활 논란으로 팀 해체에 이르는 등 인디 음악계 내부의 자정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인디 음악계와 유사하게 연극계에서도 미투 운동 이후에도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극계 역시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구조,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묵인되는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디 음악계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두 분야 모두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바로 구조적 문제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들의 경우, 외부의 감시나 견제가 부족하여 문제 발생 시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혹여 소속사가 있더라도 소규모 씬의 특성상 팬과 직접 접촉하면서 아티스트와 팬이 일종의 상하관계처럼 엮이는 등 가해 행위가 은폐될 수 있는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극계 역시 폐쇄적인 시스템과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성폭력 문제를 은폐하고 가해자들을 비호하는 배경이 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운 성추문 논란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은 일시적인 현상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따라서 현재 인디 음악계와 연극계에서 반복되는 성추문 논란은 미투 운동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 인디씬 관계자는 “각 분야 내부에서 자율적인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성폭력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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