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당권 동시에 잡아라"…시험대 선 한동훈·친한계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6.10 04:00  수정 2025.06.10 04:00

'김용태 혁신안·9월초 전대' 국힘, 갑론을박

친한계는 "혁신안 받고 전대 열어야" 입장

친윤·김문수 맞서 '원내대표 선거 승리' 필수

'친한 원대 후보' 눈길…"한동훈 움직여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친한계는 원내대표 선거와 당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까.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모색이 파열음을 내며 이어지는 가운데, 그 중대 변곡점이 될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움직임에 국민의힘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 친한계 의원들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당 혁신안과 9월초 전당대회 개최 의견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모양새다. 김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계엄 옹호자 윤리위 회부' '대선 후보 교체 진상 규명' 등이 친한계가 주장해온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어서다.


이 같은 친한계의 의견은 이곳저곳에서 표출됐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이 우리 당을 살리고 지방선거를 잘 대비할 수 있는 혁신안"이라며 "새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 (김 비대위원장) 임기를 (연장)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인 박정하 의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에) 오랜만에 한여름날 소나기 같은 청량함을 느낀다"며 "더 이상 그 동안의 익숙함에 발목 잡혀 있어선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제는 깨치고 나갈 때"라고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친한계는 9월초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에도 뜻을 같이 했다. 우재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9월쯤 전당대회를 실시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한두 달 정도 되는데 (임기가) 만료되는 6월 30일 전에 내려오는 게 아니라 6월 30일 이후 두 달의 과정도 김 비대위원장이 관리하는 게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의 혁신을 둘러싼 안갯속 혼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대 변곡점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김용태 비대위원장 체제를 유지한 채로 '혁신안'을 화두로 삼으며 9월초 전당대회까지 달려가려 하는 로드맵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친윤계는 이와 같은 그림을 저지해야 하는 만큼, 이들 역시 원내대표 선거를 호락호락 양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 뿐만 아니라 김문수 전 후보 측까지 가세한 만큼 지금 한 전 대표나 친한계 입장에선 원내대표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권으로 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한 방향을 잡아서 꾸준한 목소리를 내주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친한계가 옛 친윤계에 비해 수적 열세에 놓여있단 점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비밀 투표로 진행된다. 현재 당내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20여명 안팎이다. 이는 60여명 안팎으로 평가받는 옛 친윤계에 한참 못 미치는 의석이다.


이에 당내에선 친한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내세워 중립에 놓인 의원들의 표를 끌어와야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친한계에서 가장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는 한 전 대표의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3선의 김성원 의원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4선 김도읍 의원과 같이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중진을 친한계로 포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누가 보더라도 성향이 두드러진, 그분을 쳐다보면 딱 바로 (계파색이) 연결되는 분보다는 조금은 옅은 분이 (원내대표가) 되는 게 좋지 않나라는 이야기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직접 움직여서 당내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파의 수장인데다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해 윤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선점해야 한단 조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받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나 안철수 의원도 본인 목소리를 키워가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 전 대표는 간간히 메시지만 내며 큰 활동을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한 전 대표가 자신의 비전을 알릴 수 있는 활동이나 메시지를 계속 꺼내서 윤석열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다르다는 얘기를 해줘야 친한계도 거기에 맞장구를 칠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관측했다.


한 전 대표는 오는 11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등으로 이뤄진 혁신모임 '투수회' 만찬 자리에 참석해 당 상황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가 당의 혁신 방향에 관한 본인의 입장을 육성으로 낼지, 또 차기 당권에 관한 생각을 내비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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