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전환 비용 약 30조원 추산
글로벌 저탄소 철강 경쟁...EU·美·日 수조원대 예산 투입
관세 압박 속 부담 커져...“전력·에너지체계 종합대책 시급”
글로벌 저탄소·고부가 철강산업이 속도를 내면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을 중심으로 한 ‘그린 철강’ 전환 과제가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의 경쟁 심화와 막대한 비용 부담 속에서 정부의 정책·재정적 뒷받침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전력 비용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저탄소 철강 전환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7년까지 연산 30만톤(t) 규모의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2050년까지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기술로, 기존 제철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도 평가받는다.
포스코뿐 아니라 현대제철도 ‘하이큐브(Hy-Cube)’라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며 전기로 기반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기아 등 그룹 계열사와 연계해 저탄소 수요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2045년까지 차량 생산부터 운행, 폐기 등 차량 전 과정의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상용화까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온 환원 공정에서 수소의 안정성 확보와 수소 생산·저장 인프라 구축, 설비 전환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전환에 투입해야 할 비용만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스코가 발간한 ‘2050 탄소중립 선언·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가 기존 고로 설비를 유동환원로·전기로 등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68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부담이다. CBAM은 제품별 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국내 생산 철강제품의 70%가 고로 기반이란 점에서 CBAM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지원과 함께 ‘포항 수소·철강·신소재 특화지구 조성’ 및 ‘철강산업 위기극복 특별 대응’을 공약한 바 있다. 지난달 전남 광양 유세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어렵다”며 “수소환원제철 등 새로운 방식의 산업 전환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을 구성하고 수소환원제철 실증지원을 위해 2030년까지 약 8800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계획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경쟁국의 발걸음은 더 빠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정부 지원을 통해 내년부터 직접환원철(DRI) 설비를 단계적으로 갖출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 등도 수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철강 생산국이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이 최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기습 인상하며 관세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업계의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기반 공정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설비 투자와 전력 비용 부담은 기업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며 “정부가 관세 정책 대응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을 통한 종합적 지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