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규제·허점 많은 TAC, 중국 불법까지 ‘악재’[씨 마른 바다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6.10 07:00  수정 2025.06.10 07:00

1999년 도입한 총허용어획량 규제

지난해 기준 17개 업종·15개 어종

형평성·소진율·불법 조업 등 한계

정확한 데이터 기반 과학적 분석 필요

서해 연평어장 봄 꽃게 어획량이 전년보다 급감한 가운데 지난달 13일 인천 중구 경인서부수협 위판장에서 어민들이 경매를 앞두고 연평도 꽃게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목표는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바닷속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치어 보호와 어획량 제한을 통해 지속가능한 어업으로 가기 위한 정부 차원 기본 조처다.


한국은 1999년 TAC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고등어와 붉은대게, 키조개 등 4개 어종이 첫 대상이었다. 2008년에는 고등어, 정어리, 전갱이, 붉은대게, 대게, 개조개, 키조개, 제주도소라, 꽃게, 오징어 등으로 확대했다. 2024년 현재 기준으로는 17개 업종, 15개 어종에 적용 중이다.


TAC는 어종별 자원 상태와 서식 환경, 생태적 특성을 분석해 설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어업 활동이 자원의 자연 회복 능력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율한다고 설명한다. 목표량을 초과하는 때는 당연히 조업 중단 등 필요한 규제를 한다.


정부는 ‘과학’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TAC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데, 일선 어민들은 불만이 크다. TAC를 직접 지켜야 할 어민들이기에 이해당사자의 단순 불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TAC는 어종과 어선 규모, 조업 방식, 어장 위치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같은 어종이라 하더라도 어선 규모와 조업 방식 등에 따라 제한 없이 잡기도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TAC 적용 어민들로서는 어획 제한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대형쌍끌이 어선들이 오징어를 잡으면서 문제가 된 적 있다. 쌍끌이 어선은 평소 오징어를 잡지 않아 TAC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해 오징어 가격이 치솟자 쌍끌이 어선들이 오징어 잡이에 나선 것이다.


당시 연근해 전체 오징어 어획량(12만1757t)을 업종별로 나눠 살펴보면 대형트롤 4만5642t, 근해채낚기 2만6848t, 동해구트롤 2만5641t이다. 그해 대형쌍끌이 어선은 1만1578t을 잡았다. 그 뒤를 대형선망(3434t)과 정치망(2416t) 어선 순이다. TAC 대상은 대형트롤, 근해채낚기, 동해구트롤, 대형선망 4개 업종이다.


결과적으로 TAC 제한을 받는 대형선망보다 TAC 제한이 없는 대형쌍끌이 어선이 3배 이상 많은 오징어를 잡았다. 전체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는 데 대형쌍끌이 어선들의 어획이 늘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정부는 이듬해(2018년) 시범 사업으로 쌍끌이대형저인망을 오징어 TAC에 포함했다.


TAC 소진율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TAC 소진율은 허가량 대비 실제 어획량을 말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2021~2022년, 2022~2023년 TAC 전체 소진율은 각각 71.12%, 48.5%에 그쳤다. 202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약 절반(50.9%)만 소모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도 54.1%에 머물렀다. 실제 허가량보다 잡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민들은 TAC 제도 효과에 의문을 던진다. 필요한 어종에 대해 적절한 규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제대로 된 분석 없는 탁상행정 탓에 TAC 소진율이 60%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불법어업을 하고 있는 중국 어선을 해경이 현장에서 단속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업종·어종별 상황 맞춤형 TAC 요구”


어민들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TAC가 설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의 위판량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회유성 어종에 관한 TAC 문제도 남는다. 현재 TAC 설정 방법이 기후변화 대응과 회유성 어종의 급격한 자원 변동에 대한 예측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꽃게 등 일부 어종은 지역별 자원 변화량을 TAC가 따라가지 못해 풍어기에 TAC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어선이 싹쓸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불법 어업도 TAC 제도 발전의 걸림돌이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과 함께 일부 국내 어선들이 경매를 통하지 않고 상인들과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TAC 규제 법망을 피한다. 결과적으로 법을 지키는 사람만 피해를 보게 된다.


김성호 경북 포항시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지금 TAC 규제는 ‘TAC의 저주’라고 부를 만큼 단속 편의주의,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며 “업종별 상황에 맞는 규제로 형평성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28년부터 TAC 제도를 10t 미만 연안어업까지 전면 확대한다. 현재 10t 이상 근해어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TAC를 전면 확대해 제도 효과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근해어업에 비해 영세한 연안어업도 TAC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적용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해양수산부는 TAC를 즉시 이행할 수 없는 연안어업인 어려움을 고려해 적용단계를 ▲준비 ▲연습 ▲정착 3단계로 나눴다.


준비 단계에서 TAC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인 어선별 과거 어획량 정보 등을 수집한다. 연습 단계에서는 어선별로 TAC를 배정해서 배정된 물량 내에서 조업하는 훈련을 한다. 정착 단계에서는 배정된 물량을 초과하면 조업중단 명령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꽃게의 TAC 적용은 서해 전체로 확대한다. 최근 연안어업의 어획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동해 붉은대게 TAC는 현재 근해통발에서 연안통발·연안자망까지 확대한다.


3년 단위로 TAC를 적용하는 ‘다년제 TAC’를 고등어에 도입한다. 수산자원이 갑자기 늘어나서 할당된 물량보다 더 많이 잡으면 이듬해 할당량을 당겨서 조업하는 방식이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어업인 스스로 자원을 관리하며 효율적으로 조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TAC 제도가 현장에 이른 시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배 팔아 저 배 사니 그대로지”…감척 사업 ‘구멍’[씨 마른 바다⑥]에서 계속됩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