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34년 만에 세계 최대 채권국 지위를 잃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대외 순자산이 6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분전했지만 독일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대외 순자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1위 자리에 밀려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말 기준 대외순자산 평가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9% 늘어난 533조 500억엔(약 5085조원)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6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처음으로 500조엔을 돌파했다.
대외 순자산은 정부·기업·개인이 해외에 보유한 대외자산에서 외국인 투자자 및 기업 등에서의 투자, 차입 등 대외부채를 뺀 금액이다. 외국에 빌려준 돈이 빌린 돈보다 많으면 순채권국이 된다.
지난해 말 일본 대외자산(1659조 221억엔)은 1년 만에 11.4% 증가하며 16년 연속 늘었다. 전체의 70%가량인 외화표시 자산의 엔 환산 평가액이 엔저 덕분에 110조엔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89엔으로 2023년 말보다 11.7%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보험과 금융, 도소매 등 부문에서 해외 투자가 확대된 것도 대외자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부채(1125조 9721억엔)도 10.7% 늘었다. 외화표시 부채의 엔 환산 평가액이 28조엔가량 늘어났다.
독일 대외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69조 6512억엔으로 집계됐다. 34년 만에 일본을 넘어서며 1위로 올라섰다. 독일은 지난해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2412억 유로·약 376조원)에 힘입어 2487억 유로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9조 4000억 엔(약 1800억 유로)에 그쳤다. 외국과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래를 기록하는 경상수지의 흑자가 커지면 그만큼 해외자산을 많이 보유하게 된다.
대외 순자산 순위는 일본에 이어 중국(516조 2809억엔), 홍콩(320조 2584억엔) 순이다. 한국 순위는 일본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국은행 통계(1조 1023억 달러)에 비춰보면 7~8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대외 순채무는 4109조 2625억엔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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