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사 임단협 시즌 도래
美 관세로 힘든데… 4.5일 대선 공약까지
작년 호실적 앞세워 성과급 및 국내 투자 요구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한국GM·KG모빌리티) 노사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5사가 골고루 호실적을 쓴 가운데 이를 앞세워 올해 노조가 '역대급' 요구안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짙어진 시기인 만큼 사측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로 이미 4월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눈에 띄게 하락했고, 환율 하락까지 겹치며 작년과 같은 환차익을 보기도 쉽지 않아서다. 조기대선 공약으로 거론되는 4.5일제 도입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달 말 중으로 2025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하고 내달 사측과 상견례에 돌입한다. 기아는 통상 현대차보다 다소 늦는 만큼 내달 중 요구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는 정년 연장과 국내 투자, 임금 인상 및 성과급 등이 핵심 사안으로 담길 예정이다. 정년 연장은 65세까지 근로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것을 골자로 하며, 최근 수년간 임단협 핵심 요구안 중 하나였으나 끝내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임금 및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작년 또 한 번 호실적을 써내면서다. 통상 완성차 노사의 임금 협상은 올해 영업 전망 보다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현대차는 높은 글로벌 하이브리드 수요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 연간 매출액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2년 전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3개월 간의 교섭 끝에 기본급 4.65% 인상, 경영 성과금 400%+1000만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기아 노조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작년 연간 매출액은 86조5590억원, 영업이익은 7조2331억원을 달성해 각각 전년 대비 23.9%, 42.8%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년째 연속된 호실적 행진에 대한 추가 보상도 별도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에 대한 요구도 예년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관세 등으로 대미 수출 물량 만큼의 생산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은 물론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근무시간 유연화 등이 거론되며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한 안건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오를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사측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시간에 1시간을 추가로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 근무하는 방식의 주4.5일제를 제안했고, 기아 노조도 소식지를 통해 "주 4.5일제로 가는 현실적 다리이자 변화의 첫 단계"라며 "올해 임단협에서 4.5일제를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그야말로 '역대급' 요구안이 예상되는만큼, 단시간 안에 교섭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자동차 관세 여파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환율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수준의 호실적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불안감 짙어진 중견3사… '국내 투자' 한 목소리
그간 실적 악화로 비교적 조용한 임단협 시즌을 보냈던 국내 중견 3사도 올해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GM의 노조는 미국 자동차 관세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르노코리아 노조는 작년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KGM 노조는 지지부진한 신차 개발을 부추기기 위해 한 목소리로 '국내 투자 확대'를 핵심 사안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현대차·기아 만큼이나 업계 관심이 쏠린 곳은 한국GM이다. 대미 수출에 수익 대부분을 의존해온 한국GM이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로 인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끓고 있어서다. 한국GM 노조의 협상은 내달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철수설 종식을 위해 국내 생산 물량 확대 및 신차 투입을 강력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GM이 산은과 약속한 국내 운영 기한은 2027년까지로,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산할 신차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노조 측은 앞서 지난 23일 인천 부평 본사 홍보관에서 개최한 확대간부합동회의에서 "차세대 신차 생산 계획,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개발 및 생산,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등을 사측에 문의했으나 '계획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대미 수출로 흑자를 유지한 만큼 임금 인상분도 높여 잡았다. 한국GM 노조의 올해 임금 협상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등이다.
그간 경영 정상화와 흑자 달성에 집중했던 KGM의 경우 올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KGM은 작년 114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2년 전 발표했던 F100, KR10 등 신차 개발 계획을 지켜달라는 요구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 초까지 액티언, 무쏘 EV,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 신차가 출시됐지만, 사실상 토레스의 파생 모델인 만큼 제대로된 신차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진철 KG모빌리티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6일 이뤄진 중견3사 토론회에서 "KGM의 고질적 문제는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수출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발생돼야 하지만, 현재 KGM의 상태는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 신차 개발 계획은 7월 액티언 하이브리드, 2026년 2월 Q300, 2027년 SE10 외에는 없다. KR10과 F100의 신차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며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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