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시장 한일전 눈앞…日 US스틸 인수 청신호에 ‘경고등’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5.26 14:00  수정 2025.05.26 14:01

현지 생산 주도권 日 우세...트럼프, 완전 자회사화엔 선 그어

포스코·현대제철 현지 제철소 4년 뒤 가동...‘속도차’ 불가피

경기도 평택항 수출입 부두에 철강 제품과 화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미국을 무대로 한 한·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에 사실상 긍정 신호를 보내면서 일본이 현지 생산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생산 속도와 관세 장벽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한국 철강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US스틸과 일본제철 간 계획된 파트너십은 최소 7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에 140억 달러(약 19조원)를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US스틸은 미국에 남고, 피츠버그 본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제철은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본제철은 앞서 2023년 12월, 141억 달러 규모의 US스틸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최근 최대 1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철강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 거래는 투자로, 미국이 통제하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겠다”며 “일본제철은 부분 소유만 갖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제철이 목표로 하는 완전 자회사화에는 제약을 걸어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파트너십’이라는 표현 역시 전면 인수보다는 제한적 소유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제철 측은 이미 “100% 자회사 형태가 아니면 추가 투자를 전제로 한 인수 확정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소유 지분을 둘러싼 미·일간 조율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제철이 US 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삼을 수 있을지, 이사회 구성 시 양국간 비율 등 세부 논의 사항을 향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제철의 US 스틸에 대한 최종 인수 성사까지 불안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은 이번 인수 건을 양국 간 통상 협상의 전략 카드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미 투자 확대를 지렛대로 삼아 관세 완화 등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역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이번 사안을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 모습. ⓒ포스코

반면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합작 건설 중인 제철소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생산 착수까지 4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하면 즉각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게 돼 관세 부담 회피와 납기 단축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일본제철 역시 미국 현지 고비용 구조라는 복병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 내 고비용 구조와 까다로운 규제 환경이 인수 이후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현지 인건비와 환경 규제, 설비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투자가 ‘승자의 저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전략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철강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다시 부과하며 자국 산업 우선주의를 명확히 했다. 이 여파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심화되면서 철강 수출 비중이 높은 한일 양국의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들은 기간 산업인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세계 보호무역 관세 건수가 2000년대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결국 수출 비중이 40% 내외로 높은 일본과 한국이 불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