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영화 개봉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과거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시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3~6개월 수준으로 압축되는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사실상 동시개봉에 가까운 시점에 국내 관객과 만나며, 한일 양국 간 콘텐츠 유통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주목할 사례는 일본에서 2월에 개봉한 '첫번째 키스'다. 이 작품은 3주 만에 한국 스크린에 걸리며 사실상 동시개봉 수준의 빠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더 테러 라이브: 라스트 쇼'는 일본 개봉 후 3개월 만인 4월, 국내 극장에 상영됐고, 아키소 에이지 내한으로 주목 받고 있는 '366일'은 일본 개봉 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국내 개봉이 확정됐다. 수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속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이동통신 대기업 KDDI와 손잡고, 한일 간 영화 유통의 시간차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 협력에 나섰다. 양사는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일 동시기 극장개봉 및 공동 마케팅 캠페인 ▲'플러스엠 X KDDI 한일 리마스터링 상영회' 공동 주최 ▲IP 공동 개발 및 리메이크 추진 ▲콘텐츠 분야 인적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 콘텐츠 전반에 걸친 전략적 협력을 예고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동시기 개봉 및 공동 마케팅'이다. 그동안 일본 배급 시장은 연초에 한 해 상영작 라인업을 선확정하는 구조여서, 한국 영화가 일본에 선판매 하더라도 개봉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시차가 발생해왔다. 이번 협약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해, 한국 영화 역시 일본 내 동시개봉을 가능하게 하려는 속도조율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일본 영화의 한국 유입도 더욱 신속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개봉일을 앞당기는 것을 넘어, 양국에서 동일한 시점에 콘텐츠를 공개하고, 사전 프로모션부터 개봉 후 캠페인까지 공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몰입도를 높이고 극장가의 흥행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행의 첫 신호탄은 한소희·전종서 주연의 '프로젝트 Y', 그리고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신작 '나이트 플라워'로 예고돼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같은 시기에 개봉될 예정으로, 협약의 실제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일 양국 극장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모색하는 시도에 가깝다. 동시개봉은 콘텐츠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불법 유출을 방지하며, 관객 경험의 실시간 동기화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팬데믹 이후 관객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가에겐 활로이자, 양국 콘텐츠 산업 모두에게 공동 생존을 위한 새 시간표다. 이 실험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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