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도 못 하는데"… 골칫덩이 된 전기차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5.22 06:00  수정 2025.05.22 06:00

현대차·기아, 전기차 할인에도 '생산 중단'

올해만 3번째… 아이오닉5·코나EV 라인 중단

가격 잡아도 안돼… 충전 불편+화재 불안감 '난제'

美 관세로 수출도 어려운데… 쌓여가는 재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들이 아이오닉 5를 검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길어지면서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진 전기차 모델들이 골칫덩이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로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격 할인까지 내걸었으나 좀처럼 수요가 늘지 않아서다.


매일같이 만들어지는 신차들이 갈 곳 없이 쌓여가자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라인을 올해만 3번째 멈춰세웠다. 업계에서는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 충전과 화재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진단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울산 1공장 2라인의 휴업을 결정했다. 해당 라인은 아이오닉 5와 코나 EV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컨베이어벨트를 비워둔 채 가동하는 '공피치(빈 컨베이어 운영)'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유지해왔으나, 이마저도 지속이 어려워 라인 자체를 멈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 건 올해 들어서만 3번째다. 앞서 현대차는 2월 24~28일, 4월 24~30일에도 일부 전기차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사내 공지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 오더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생산 중단' 조치가 반복되는 것은 전기차 캐즘의 최대 원인으로 꼽혔던 '가격 장벽'을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캐스퍼 일렉트릭, EV3 등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심해왔다.


연초부터 전기차 프로모션도 지속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해 300만~500만 원의 구매 부담을 낮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고, 이달에도 아이오닉5·6,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포함한 8개 차종에 대해 100만~6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캐즘 심화로 전기차 보조금이 전부 소진되지 못하자 정부 역시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이례적으로 서둘러 책정했다. 보조금 책정 직후부터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노렸다. 그동안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은 2월 중 확정됐었지만, 올해는 1월 초에 책정됐다.


하지만 판매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의 올 1~4월 전기차 판매량은 1만7405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269대)과 비교하면 69.5% 늘었지만, 2년 전(24617대)과 비교하면 28.9% 줄어들었다.


기아 역시 올 1~4월 전년 대비 80.3% 늘어난 1만7300대를 팔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9.6% 줄어든 수치다. 2월에 보조금이 책정됐던 2023년보다도 보조금 책정을 서두른 올해 판매량이 적은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낮아진 전기차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바탕에 화재 불안감과 충전에 대한 불편함이 자리한 것으로 봤다. 처음 전기차 시장이 커질 당시엔 고급 모델이 먼저 출시되며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최근 3년 사이 점차 보급되며 불편 요소가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격만 낮아지면 사고 싶다'는 심리가 아니라, '충전도 불편하고, 불 날까 걱정도 되는데 가격까지 비싼 제품'이 돼버린 것"이라며 "이제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매력을 더해주던 시기는 지났다. 배터리와 제조사,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해 구매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2000만원대 전기차를 낸다 해도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 정책 시행으로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자동차 관세 정책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담해야한다. 전기차는 높은 원가 탓에 내연기관차보다 50% 이상 수익성이 낮은데, 관세까지 더해지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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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운여행자
    전기차는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자동차와 같이 인명과 관계가 깊고 사회 인프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숙성되어야 한다.
    2025.05.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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