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청약 조기 마감…삼성전자도 120% 초과 청약 계획
“양산까지 2~3년, 지금 아니면 늦는다”…선제 투자 전략에 내부 공감
GM JV·헝가리 증설·전고체 배터리까지…1조6천억원 조달해 미래 사업 박차
삼성SDI가 전환기를 기회로 삼아 꺼내든 대규모 유상증자가 전략적 판단과 조직 내 신뢰를 기반으로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수요 둔화와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도 투자 시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번 증자는 내부 청약 흥행과 외부 참여 확대로 실권 우려를 사실상 잠재우며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삼성SDI에 따르면 임직원 대상 유상증자 우리사주 청약이 배정물량을 초과해 조기 마감됐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로 발행하는 1182만1000주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236만4200주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몰렸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증은 이날(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구주주 청약 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오는 27~28일 일반공모 청약을 거쳐 내달 13일 신주가 상장된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3월 약 1조654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일 주가는 6% 이상 급락하며 주주 반발이 거세지고 금감원이 도입한 중점심사제 적용 1호 사례라는 부담까지 겹치며 논란에 휩싸였다.
우려와 논란 속에서 출발한 유상증자였지만 금감원 심사를 무리 없이 통과한 데 이어 우리사주 청약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이번 우리사주 사전청약 완판에 대해 “이번 우리사주 사전 청약률은 현재 저평가된 주가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매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 등 사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우리사주 청약 신청까지 완판되면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구주주 청약에도 상당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19.58%)도 지난달 30일 최대 청약한도인 배정주식수의 120%를 청약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초과청약에 대한 배정 결과에 따라 최대 3198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전환기 투자 타이밍 정조준
삼성SDI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에는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투자 타이밍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의 현금흐름 역시 일시적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새 5조원이 증가한 상황이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 특성상 시설 투자부터 양산까지 2~3년의 리드타임이 필요한 만큼,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수요 회복기에 공급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재무구조 악화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차입 확대보단 자본 확충이 더 안정적인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25~203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0%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OEM들은 여전히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GM과의 북미 합작공장, 헝가리 각형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 증설, 전고체 배터리 설비 구축 등에 투입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2027년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터리 산업은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55%를 차지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한국 기업들은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가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 유동성을 내부 신뢰를 통해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의 유상증자는 발전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성사되는데 이번 흥행은 시장이 삼성SDI의 미래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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