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외연 확장'이냐 '포장'이냐
대선 후보별 핵심 공약은 대동소이
국내 정치 환경, '정책'보다 '인물' 집중
보수 인물 영입, 옮기는 자체로 효과 강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도보수 인사까지 품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신이 자칭한대로 '중도보수'까지로 정체성 확장을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을 '극단·수구적인 정치' 이미지로 몰아가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외연 확장을 위한 인물 영입이 활발한 데 반해, 이 후보가 발표했던 10대 공약에선 이를 뒷받침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정치 환경이 '정책'보단 '인물'에 집중하는 만큼, 중도보수 인물들이 이 후보쪽으로 간다는 것 자체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이 16일 공개적으로 만났다. 김 의원이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지 하루 만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 익산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정말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안타깝게도 보수 정당으로 불려왔으나 실제 그 내용을 보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 ○통' 혹은 '반동 이해관계 집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을 향해 "이 분이 가진 진정한 가치, 합리적 보수 정신을 민주당 안에서 실현해 볼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남 하동군에서도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통합 차원에서 합리적 보수 인사 영입을 직접 타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과 함께 하길 기대하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거캠프에 한때 이회창 전 총재의 책사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이명박(MB) 정부 인사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 경북에서 3선을 한 권오을 전 국회사무총장과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을 영입한 데 이어 추가로 보수 인사를 수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홍준표 전 대표를 "훌륭한 분"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전남 순천에서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되 통합하는 정부여야 한다"며 "작은 차이 때문에 편을 갈라 공격하고 죽이고 절멸하려 하지 말고, 타협하고 조정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르자"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초반부터 보수 프레임을 설정한 이 후보의 전략에 대해 '진정한 외연 확장'이냐, '전략적 포장'이냐를 두고 회의적 시선도 감지된다. '중도보수'라는 개념 자체도 쉽게 정의 내리기 모호하지만, 이 후보의 10대 공약의 '주 타깃'이 다른 대선 후보와의 공약 내용과 대동소이하고, 보여지는 외연 확장이 '선택적 공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정치보복 근절, 계엄 해제권 강화, 검찰·사법개혁(수사-기소 분리, 검사 징계 파면제 등) △가계·소상공인 활력 증진, 공정경제 실현(소상공인 지원, 공정경제 실현,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민생경제 회복) 등이다.
핵심 노동 공약으로는 △노란봉투법 도입(노동조합법 2·3조 개정) △포괄임금제 금지 △임금분포제 도입 △직장 내 민주주의 강화 △주4.5일제 도입 등으로 '노동자 권익 보호'를 핵심에 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의 첫머리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로 삼았다. 또 노동권 보호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는 주52시간제 완화를 시사했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하겠다는 입장으로,보수적 가치와 미래지향적 전략을 균형 있게 배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 1호 공약을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로 삼았지만, 2호 공약을 '중국·베트남 공장을 다시 대한민국으로'라 정함으로써 경제와 성장에 방점을 찍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동 공약을 10대 정책 중 두 번째에 배치할 만큼, 노동권 보장과 안전망 강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처럼 노란봉투법 통과, 업종·지역 단위 교섭 활성화를 공약했고, 여기에 더해 노조의 정치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지난 14일 이준석 후보는 대선 후보 10대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안했다. 21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을 가린 뒤 어떤 공약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골라보자는 제안에서다. 이 후보의 제안 이후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10대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 내용이 활발하게 공유되며 화제를 모은 한편, 역설적으로 공약에서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대선 공약은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이 후보쪽으로 간다는 사례들이 공약보다 몇 배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수의 정책을 가져오는 것이 '중도보수'라기보단 진보의 정책을 완화하는 형태"라면서 "보수 쪽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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