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냉난방공조(HVAC) 설비 업체 플랙트 인수
약 2조4000억원 투자...데이터센터 공략 집중
데이터센터에 반도체·HVAC 동시 공급 노린다
삼성이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최근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랙트와 체결한 인수합병(M&A)은 단순히 공조설비 사업에 뛰어든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의 이번 인수는 '데이터센터'라는 키워드에 'HVAC'와 '반도체'가 관통한다. HVAC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개화로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데다, 삼성은 그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칩을 제공할 수 공급망 내 위치해 있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어느 산업보다 확장성이 큰 데이터센터 시장에 '삼성 반도체' '삼성 HVAC' 등 '삼성'의 이름이 새겨지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왜 플랙트였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영국계 투자회사 트라이튼은 통상적인 계약 절차를 거쳐 연내 플랙트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플랙트는 2016년 영국 트라이튼이 스웨덴 플렉트 우즈(Flackt Woods)를 인수한 뒤 같은해 독일 덴코하펠(DencoHappel)과 합병하며 출범했다. 플랙트그룹은 데이터센터, 공장 클린룸, 산업·주거용 건물 등 다양한 시설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럽 최대 HVAC 업체다.
플랙트는 지난해 7억 유로(약 1조1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이미 시장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이다. 100년 넘게 축적한 공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글로벌 HVAC 시장에서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과 솔루션 설계 역량이 뛰어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0년이 넘는 기업 역사 가운데, 데이터센터 관련 공조설비 업력은 60년이 넘는다.
플랙트는 다수의 대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영국 사우스웨스트 데이터센터, 미드랜드와 이스트 미들랜드 데이터센터에 관련 설비를 제공했다. 네덜란드 UMCG 대학병원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경찰청 등 공공기관 데이터센터에도 플랙트의 설비가 들어갔다.
플랙트는 현재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에 유력한 공조설비 공급자가 될 수 있다. 삼성은 그간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데 그쳤지만, 유럽까지 무대를 확대하며 단숨에 적임자로 도약했다.
'삼성'으로 시작해서 '삼성'으로 마무리 ?
삼성은 이번 플랙트 인수로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전반에 '삼성'의 이름을 새길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기업의 가속기가 들어가는 데 여기에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필요하다. 최근 엔비디아가 사우디 국부펀드와 체결한 AI팩토리 건립에 엔비디아의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칩 수십만 개가 투입될 예정인데, 블랙웰 칩 한 개에 삼성전자의 HBM 12개가 탑재된다. 사실상 수백만 개의 삼성전자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향후 이같은 데이터센터 건립에 HVAC까지 삼성이 공급을 맡게 된다면, 사실상 데이터센터 구성의 핵심을 전부 삼성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미래 시장성이 정말 큰데, 이번 플랙트 인수로 전반적인 공급망에 '삼성'의 이름이 들어서게 됐다"며 "단순히 HVAC 사업만 보고 인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보다 더 큰 그림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설립 소식이 끊기지 않는다.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1000억 달러 이상을, 구글은 750억달러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AI 데이터센터에 각각 800억, 6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전망도 파란만장하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2292억 달러(약 320조원)에서 2034년 약 7757억 달러(약 1085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HVAC 시장 역시 2034년 5454억 달러(한화 약 77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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