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재명 보호 특별법‘으로 일원화하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16 07:07  수정 2025.05.16 07:07

노골적인 이 후보 맞춤형 법 개정

대법원 위상 격하 공공연히 시도

판·검사 겁박하는 법 왜곡죄 신설

이법 저 법 다 손대면 누더기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셀프 면죄 5대 악법’을 규탄했다. 그는 “이재명의 범죄를 삭제하기 위한 ‘방탄 입법’이 도를 넘었다”며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시켰거나 법안심사 제1소위에 회부한 법안들을 그 내용·성격 등과 함께 열거했다. 그런 다음 역설했다.

노골적인 이 후보 맞춤형 법 개정

“입법으로 권력자의 범죄를 삭제하고 입법권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다. 2025년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흉악한 범죄행위야말로 대한민국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악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 역사상 이런 일은 없다.”

그가 제기한 5대 악법은 다음과 같다.


① 형사소송법 개정안(5월 7일 국회 법사위 통과): 법 제306조 6항을 신설,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한다. 법사위는 당초 발의된 법안과는 달리 피고인이 대선 후보로 등록한 때부터 당선인이 확정 때까지도 공판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을 추가해 통과시켰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가 8개 사건, 12개 혐의로 받고 있는 5개 재판은 중단된다(이후 그는 영구 재판 중단이나 일괄 면죄를 추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② 공직선거법개정안(14일 법사위 통과):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를 금지한 법 제250조 1항에서 ‘행위’를 삭제했다. 유죄의 근거가 없어지는 만큼 파기환송심은 면소(免訴) 선고를 할 수밖에 없다.


③ ‘조희대 대법원장 사법남용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안’(14일 법사위 제1소위 회부): 대법원이 이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것이 대선 개입이자 사법 농단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후보 자신은 이날 경남 창원에서 “내란 수괴뿐만 아니라 지금도 숨어서 끊임없이 2·3차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을 다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법정은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사법부를 압박했다.


④ 헌법재판소법 개정안(14일 제1소위 회부):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의 상위기관화함으로써 사실상 4심제가 되게 했다. 대법원의 이 후보 2심 판결 파기환송심에 대한 보복이라는 인상이 짙다.

대법원 위상 격하 공공연히 시도

⑤ 법원조직법 개정안(14일 제1소위 회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 또는 100명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위상을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대법원을 길들이면서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강화할 의도가 두드러져 보인다.


이상이 국민의힘 김 후보가 지적한 ‘이재명 셀프 면죄 5대 악법’이다. 민주당의 법률 대량생산은 이 정도로 끝날 게 아니다. 이미 지난달 17일 또 다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①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탄핵소추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경우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관 3명, 그리고 국회와 동격의 헌법기관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서만 (무조건) 임명할 수 있다. ②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지 않았어도 7일이 지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된다. ③기존 재판관 임기가 다 됐어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한다.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달 29일 이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대선 이후엔 사문화되게 마련이니까 민주당도 더 욕심을 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한 대행이 지명했다가 헌재의 ‘재판관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중단된 두 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는 대선 이후에나 결정될 사안이다.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행’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이 제한을 두지 않는데 민주당은 제한을 주장하고 헌재는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검찰·법원 겁박용 또는 보복용 입법은 또 있다. 13일 이 당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다. 이른바 ‘법 왜곡죄’ 조항 신설이다. 판사·검사 등이 법을 왜곡해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잘못된 판결을 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휘·감독자, 인사권자가 법 왜곡 지시를 한때에도 같은 형에 처한다. 이 행위를 요구하거나 보상·보복으로 이익 혹은 불이익을 약속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판·검사 겁박하는 법 왜곡죄 신설

명분이 없지는 않으나 시기와 상황이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사건을 병합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 25부의 재판장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석방한 판사이기도 하다. 이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봐주기’ 재판한다고 공격해 오던 민주당은 ‘형법 개정안을 낸데 이어 14일 대법원 청문회를 통해 지 부장판사 유흥주점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직무배제와 감찰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내용이 추상적인데다 구체적 자료가 제시되지도 않은 만큼 밝힐 내용도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고발을 받은 공수처는 조만간 배당 절차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소나기식 입법 공세는 진작 시작되어 그간 집요하게 퍼부어졌다. 23년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후 지난달 1일 상법개정안까지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41건에 이르렀다. 몇 차례나 거듭 의결된 법안도 있지만 어쨌든 정부 여당의 판단과 상반되는 법안들을 난사하듯 쏟아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일엔 면소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함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통합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만약 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이 법안들과 이 후보 방탄 법안들 대부분이 바로 본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법률로 시행될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그야말로 입법 기계가 되어 우선적으로 이 후보 보호, 다음으로 민주당의 당리당략을 위한 법률을 찍어낼 텐데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절감하게 되는 즈음이다. 아무려면 170명 민주당 의원 모두가 무비판적으로 민주당의 입법폭주에 동조 동참하겠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단의 일원이 되면 개별 의원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이성·합리성·지성 같은 게 아니라 집단 또는 조직의 논리다.

이법 저 법 다 손대면 누더기 된다

“의회에서 의견이 단순화되는 사례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정당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자코뱅당이었다.……의회 군중이 상당한 정도의 흥분 상태에 올라서면 일반적인 이질적 군중과 똑같아진다. 따라서 그들의 감정도 항상 극단적이라는 특성을 띤다. 영웅적인 위대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더없이 패악스러운 행동도 한다. 의원 개개인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의 이해관계와 완전히 상반된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한다.” 19세기 중반~20세기 전반을 살았던 학자(귀스타브 르 봉)의 분석(『군중심리』, 강주헌 역)인데 집단으로서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설명으로 착각할 만하다.


일단 집단의 논리와 윤리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제동이 되지 않는다. 조직과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심도 갈수록 부풀어 오른다. 거대한 벽에 부딪혀 조직이 와해되기 전까지는 멈출 줄 모르는 기관차와 같아진다. 물론 리더와 리더 그룹이 각성하면 상황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그 목에 누가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요 법률들은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법과 제도가 너덜너덜해지면 법치주의는 심하게 왜곡되고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객(客), 더 심하게는 노예의 처지가 된다. 지도자의 출현에 환호작약(歡呼雀躍: 크게 소리를 지르고 뛰며 기뻐함)했다가 그의 노예 처지가 되고만 여러 나라 국민들의 예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 후보와 민주당은 우리의 법과 제도를 누더기처럼 헤집어 놓을 것이 아니라 ’이재명 보호 특별법‘ 제정을 시도하기를 권하고 싶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헌법 제11조 1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지만(동 2항) 이미 형성된 것을 인정하면 된다. 그러는 게 법치의 근간을 뒤죽박죽 헝클어버리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지 않을까 해서 하는 부탁이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정말 이해를 못 하겠다. 세상에, 특정인 한 사람의 범법 사실을 덮어주고 법적 책임을 면케 해주기 위해 법치의 근간을 마구 흔들어대는 일이 우리나라,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다니!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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