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러는 괜찮아"…셀트리온·삼바에피스, 트럼프 약가정책 '기회'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5.15 14:50  수정 2025.05.15 16:59

美 트럼프 약가 인하 정책 본격 추진

셀트리온 서정진, 위기 아닌 기회 '자신'

"강제성 없어 상황 계속 지켜봐야"

AI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정책이 실체를 드러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로 미국에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셀트리온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와 관세 정책이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론을 내놨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약사들이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낮추거나 정부가 직접 약가 상한선을 설정하도록 선택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최혜국 대우’ 정책을 통해 정부가 약품에 지불하는 비용을 다른 선진국의 가장 낮은 가격과 연계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제약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경우 연방 정부 권한을 통해 직접 약가를 규제하거나 해외 저가 의약품을 수입하고, 미국 의약품의 수출을 막는 강경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외국의 의료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된 똑같은 약을 위해 3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최대의 의약품 구매자인 미국 국민은 당연히 가장 좋은 조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값을 유럽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중간 유통 개선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PBM 리베이트 중단, 의약품 실거래 가격 공개, 의약품 직접 구매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약가의 평준화를 적극 추진한다.


약가 인하 리스크 피하는 ‘시밀러’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트럼프의 약가 인하 정책 영향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미국 매출이 높은 셀트리온은 이번 약가 인하 정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이 한국 그리고 셀트리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66% 늘어난 1조453억원이다.


서 회장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바이오시밀러는 90% 낮은 가격에 판매가 되는데 할인된 부분은 중간 유통 구조로 가고 있다”며 “셀트리온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유럽보다 비싸게 팔리는 제품은 없어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이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정책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PBM 등 중간 유통 구조의 단순화가 진행된다면 경쟁은 더 쉬워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도 오리지널 제품의 영향력이 줄지 않는 미국에서 구조의 변화가 생긴다면 회사에서는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불확실성으로 언급되는 관세에 대해선 “이미 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램시마, 트룩시마의 경우 수입처가 화이자와 테바여서 관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제품에 대한 재고도 미니멈 15개월에서 맥시멈 21개월까지 확보해 26년 말까지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 시밀러 ‘피즈치바’ 등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 다수도 약가 인하 정책을 ‘기회’로 평가했지만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약가 인하 정책은 결국 미국 내에서 투입되는 헬스케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결과적으로 가격이 낮은 시밀러가 경쟁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강제성을 지닌 조치가 아니고, 미국 내에서도 입법에 회의적인 의원들이 많아 그 결과를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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