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TSMC…삼성과 설비투자 격차 더 벌렸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5.15 12:57  수정 2025.05.19 16:46

TSMC, 지난 13일 이사회 열고 자본지출 승인

21조원 집행...연간 설비 투자 53~59조원 계획

전문가 "주도권 잃지 않기 위한 행보로 해석"

"추격자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집중해야"

삼성전자 파운드리ⓒ삼성전자

급변하는 통상 환경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반도체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도 투자 규모 격차를 벌리고 있어 시선이 쏠린다.


15일 타이페이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152억 달러 규모(한화 약 21조원)의 자본 지출 계획안을 의결 승인했다. 해당 비용의 주 사용 목적은 첨단 생산 설비 구축을 비롯해 패키징 및 특수 설비 확장, 공장 건설, 설비 시스템 설치 등이다.


TSMC는 인공지능(AI) 칩의 지속적인 수요를 충족하고자 자본 지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TSMC가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로 칩이 공급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이번 자본지출 집행은 지난 분기와도 차이가 크다. TSMC는 지난 1분기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380억~420억 달러(53조 9000억~59조 5770억원)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TSMC가 반도체 산업 내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AA 등 나노미터에서는 모두가 노베이스 상태에서 출발한다"며 "지속적으로 확대될 첨단 공정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AP 등 스마트폰 쪽에 치중돼 있던 칩 수요가 점차 데이터센터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TSMC 입장에선 새로 개화하는 시장까지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가 공격적인 투자 집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 파운드리만을 영위하는 TSMC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두 업체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올해 1분기 10조9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집행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5조원 가량 투자 규모를 줄였다.


올해 연간 투자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매해 50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집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총 53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반도체 부문의 시설 투자는 46조3000억원이었다. 올해는 파운드리 관련 투자를 소극적으로 집행하고 있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적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TSMC와 매출 격차가 10조원까지 벌어지면서 투자 규모 차이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올해 1분기 대만 TSMC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2% 급증한 37조원인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의 매출은 25조1000억원이다. 최근 환율 변동을 고려해도 삼성전자와 TSMC의 1분기 매출 격차는 한화 기준 10조원을 넘는다.


이같은 양사의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증가한 28조∼30조원 수준이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매출 전망치를 284억∼292억 달러(한화 약 39조∼40조원)로 제시했다. 2분기에도 양사의 격차가 10조원 가량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악순환이라고 봐야 한다. 파운드리 투자가 절실한데,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투자도 소극적으로 집행하게 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기회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희권 부연구위원은 "빅테크들이 여러 칩 수요를 만들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말고도 여러 기업들로부터 수요와 시장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도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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