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미등록'도 감수?…국민의힘 지도부, 버티는 김문수에 고강도 맞불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5.09 04:05  수정 2025.05.09 07:36

당헌 74조의2 근거…'강제 단일화' 돌입

당원·국민 조사 결과로 압박 수위 더 높일 듯

공천장에 비대위 직인 안 찍는 방안도 언급

21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올리며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른바 '강제 단일화' 작업에 돌입한 건 김문수 대선 후보가 당 주류의 기대와는 달리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강경 모드를 이어가서다. 지도부는 당헌 74조의2 특례조항을 근거로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당 일각에선 '후보 미등록'이라는 카드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도부가 설정한 단일화 시한(11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김 후보를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부터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중 누가 더 나은가'를 묻는 조사에 착수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오늘 오후 TV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분 후보께 제안했고,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도부는 '후보 교체'를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단 분명히 하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후보를 교체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아니고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기획한 것"이라며 "내일쯤 단일화를 하기로 하면 현실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우리가 조사한 여론조사가 (단일화를 위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결과가 9일 오후 나오는 만큼, 지도부는 이를 김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박용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지도부는 당헌 74조의2 특례조항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를 주목하면서 당헌·당규상 후보 교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 선관위원장인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당원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중에 87%가 '후보 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해야 된다'고 얘기했지 않느냐. 이건 엄청난 '상당한 사유'"라며 "그 '상당한 사유'로 인해서 단일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들의 뜻으로 인해 정당이 운영되는 것이다. 이건 누구 한 명이 거부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부는 김 후보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4일 방송토론, 15~16일 여론조사 '단일화 일정'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이후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오는 11일까지 단일화에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11일 오전으로 소집 공고된 전국위원회 등 절차를 통해 '후보 교체'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겨냥해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자신의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김 후보의 가처분이 인용돼 후보 교체의 길이 막힐 경우, 지도부가 공천장에 비대위원장 직인을 찍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추천 후보자는 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정당의 '당인'과 당대표 '직인'을 첨부해야 한다. 당 관계자는 "후보 미등록도 하나의 옵션"이라며 "김 후보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당 대선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선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어제저녁에 급히 (캠프에서) 법률 검토를 한 결과 비대위원장이 (공천장에) 직인을 찍어주지 않으면 대통령 후보로 등록할 수 없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그 경우 우리 당은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한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 절차가 당내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원들은 후보 강제 교체, 강제 단일화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면 법적 분쟁에 휘말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없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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