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임대주택 매도 가격 제한 골자 민특법 개정안 철회
임차인 ‘주거 안전성’ 확보 취지에도 임대인 재산권 침해 논란
“과도한 규제에 소급 적용 문제도…누가 임대사업 하겠나”
정치권에서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번번히 반발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원활한 임대주택 공급을 저해해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대표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7일 철회됐다.
이 개정안은 민간 임대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후 해당 주택을 매각할 때 기존에 거주하던 임차인, 공공주택사업자 순으로 양도하도록 하고 매도 가격도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금액을 산술 평균한 가격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임대의무기간을 채운 이후 임대사업자가 사유재산인 주택을 처분하려고 할 때 그 대상과 가격에 대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어 임대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결국 개정안 철회로 이어졌다.
이같이 임차인 보호를 내세워 임대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했다. 해당 개정안도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불만이 거세지면서 철회 수순을 밟았다.
임대사업자들은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마련하는 안전장치가,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의 자율성을 제한해 임대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대인 A씨는 “민간 임대사업자는 정부에서 하지 못하는 임대주택 공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세제혜택을 받고 임대의무기간을 지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점점 규제와 의무만 더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데 그러면 누가 임대사업을 하겠나”라며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임대주택 공급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규제 신설시 임대차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임대차 시장 관련 법안들이 나왔다가 철회된 데에는 규제를 강제했다간 앞으로 민간 부문에서 임대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특히 의무임대기간 후 주택 양도 등에 대한 사항을 새로 규정하는 것은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 법리적으로도 소급 적용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 값을 받고 파는 것이 정상인데 이를 임차인에게 저렴하게 팔도록 강제하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무제한 계약갱신청구도 임대차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고 이는 신규 임차인들이 주택을 구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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