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후보 확정 하루 앞두고…이재명, 호남서도 '어대명' 굳혔다

데일리안 광주 =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4.27 00:00  수정 2025.04.27 10:04

李, 호남권 득표율 88.7%…'압도적 1위'

충청·영남·호남서 누적 득표율 89.04%

김동연 6.54% 김경수 4.42%…2·3위

당원들 "김경수 젊자네" "김동연 아쉽네"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민주당의 본산 호남권 경선에서도 90%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순풍을 이어갔다. 지난 충청·영남권 경선에서 불과 0.1%p 차이에 불과했던 김동연·김경수 후보의 '2위 쟁탈전'은 김동연 후보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호남권 당심은 이재명 후보의 압승과는 별개로 양 김(金) 후보를 향한 응원과 격려를 동시에 보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반부에 접어든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권 순회 경선에서 합산 득표율 88.69%를 기록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득표율도 각각 88.70%, 87.63%로 90%에 육박했다. 지난주 충청·영남권을 합산해 이날까지 이재명 후보가 얻은 누적 득표율도 90%(89.04%)에 달했다.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각각 6.54%, 4.42%로 뒤를 이었다.


이날 경선 현장을 가득 메운 호남권 당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후보 입장 전, 장내 대형 스크린 화면에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영상이 재생되자 당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38일 앞으로 다가온 6·3 조기 대선에서 3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낼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장내에는 민주당 추산 5000명의 당원이 참석했다.


후보들의 입장이 시작되자 당원들의 반응은 한층 달아올랐다. 기호 순서대로 이재명 후보(1번)가 오른 손에 응원봉을 들고 입장하자 당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어 김경수 후보(2번)도 응원봉을 들고 당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장내로 입장했다. 일부 여성 당원들은 "김경수 쟈(쟤)는 아직 젊자네. 앞으로 기회가 많응게(많으니까)"라고 말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마지막으로 김동연 후보(3번)가 붉은색 야구점퍼를 입고 등장하자 당원들의 일시적 동요가 일었다. 일부 당원들은 "왜 저런디야(대)"라며 곧 항의할 기세였지만, 점퍼에 적힌 '해태 타이거즈' '7번 이종범' 문구를 보고선 "이종범이구마"라며 수긍했다. 해태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 이종범 선수는 해태 타이거즈에서 '바람의 아들'로 활약했다. 한 당원은 김동연 후보에 "능력은 참 좋은데 기회가 아쉽구마"라고 말했다.


후보별 정견발표에 앞서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연단에 오르자 당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당내에서 박찬대 직무대행은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그는 인삿말에서 "호남은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라며 "호남에서 네 번째 민주정부 수립의 문을 활짝 열어달라. 호남이여 함께하소서"라고 했다.


정견발표 시작은 김경수 후보였다. 그는 "지금 윤석열은 석방돼 승리자처럼 웃고 있고, 국민의힘은 내란세력과 결별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전두환'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철저한 단죄를 통해 다시는, 누구도, 내란을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위기극복과 국민통합, 민주주의와 평화가 바로 호남 정신이고, 더 치열하게 국민 삶을 바꾸라는 민생개혁 명령이 바로 호남정신"이라며 "위기의 순간마다 나라를 지킨 자존의 땅 호남의 정신을 이어 대한민국 재도약을 실현해 낼 후보, 혼란과 좌절을 이겨내고 회복과 성장을 이뤄낼 대통령 후보 역시 나 이재명이라고 믿는다"고 호소했다.


김동연 후보는 "가장 민주당다운 비전과 정책으로 호남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호남의 선택으로 '당당한 경제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호남이 김동연의 손을 잡아달라. 나는 민주당의 김동연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창의성이 빛나는 모두의 나라, 나라만 부자가 아닌 내 삶의 선진국, 그 꿈을 당원 동지들과 꼭 함께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권 경선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압승으로 일단락 됐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46.95%의 합산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시 이낙연 후보(47.12%)에게 패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전반에 퍼진 '어대명' 기류 속에 호남권 표심도 이재명 후보를 밀어줬다. 이 추세라면 27일 수도권 경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거란 관측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후보는 경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위를 차지하게 된 배경 및 호남 홀대론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현재 상황이 매우 나쁘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호남인들께서 더 큰 기대와 책임감을 부여해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 때문에 지방이 모두 홀대받아왔고, 보수 정권이 잘못된 분할 지배 전략으로 영남과 호남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신속한 심리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 '만약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될 경우 대통령 당선 이후라도 재판을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일 교통사고가 날 지 모른다는 얘기(와 같은 격)"라며 "그런 걱정을 하고 살진 않는다. (대법원이) 잘 판단해서 정상적으로 처리를 하겠죠"라고 답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독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특정 후보에게 90%에 가까운 표가 돌아가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국민경선이 아닌 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가 각각 50%인 경선룰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선 규칙으로 함께 하면 국민에 보다 지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경수 후보는 호남권에서 저조한 득표율을 얻은 배경에 대해 "이번 경선 과정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경선) 규칙이 뒤에서 쫓아가는 후보들에게 불리한 점이 많았다"면서도 "다만 그것보다는 호남 분들이 이번에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열망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강원·수도권·제주 지역 합동연설회를 열고 지역순회 경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대선 후보도 이날 선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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