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토론 후 홍준표·한동훈 공방 지속
나경원·안철수는 비상계엄 두고 신경전
'정권 유지' 공통 목표 잊고 경선 경쟁 매몰
중도층 흡수하려면 정책 경쟁 집중해야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선 후보 8명 중 4강(强)을 가리기 위한 경선 토론회가 열렸다. A조와 B조로 나뉜 토론회는 B조가 '죽음의 조'로 불릴 만큼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MBTI(성격유형지표) 기반 자기소개, 밸런스 게임 등 경선 흥행을 위해 도입한 예능적 요소 때문에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토론회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토론회 이후 후보들의 태도였다. 홍준표 후보가 토론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키높이 구두를 왜 신느냐" 등의 공격을 하자 그 다음날 한 후보 측은 "지지율 선두권에 있는 후보가 B급 질문으로 자기 시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이미지 정치를 하지 말라고 돌려서 얘기한 건데 그것도 못 알아듣는 캠프야말로 B급 캠프"라고 맞받아쳤다.
한 후보는 과거 홍 후보의 특활비 의혹도 들춰냈다. 그는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나는 다른 분들하고 달리 탈당한 경험도 없고 특활비를 집에 갖다 준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 특활비 의혹을 받았던 홍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른 한쪽에선 비상계엄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나경원 의원이 토론에서 "한동훈 후보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조기대선을 하는) 이 지경이 벌어졌다"고 발언하자,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자유주의를 지키겠다던 분들이 헌법을 유린한 비상계엄까지 옹호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대선 때마다 이 당 저 당 다니면서 출마한 분이 위기의 순간마다 분열의 씨앗을 뿌린다"고 경고했고, 안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 보이신 행보 그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지지 않고 맞섰다.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간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진 이날 김문수 후보는 GTX 전국 확대 공약을, 홍준표 후보는 복지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 공약은 전날 토론회에서 촉발된 비생산적인 논쟁에 묻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중도층이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번처럼 후보들이 서로간 비방과 힐난만 일삼으면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 진영 논리와 거리가 먼 중도층은 실용적인 정책을 보다 중시한다. 정책 외 공방은 중도층에게 있어선 비호감만 더 키울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치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봉숭아 학당을 연상케 한다"고 비난하며 부정 여론에 더 불붙이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충청권·영남권 당내 지역 경선에서 90% 안팎의 압도적 득표율로 대세론 확인한 만큼 차분하게 정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은 이재명 후보와의 대비감만 더 키운다. 감정 싸움은 일찍이 멈추고 정책 다툼으로 방향을 틀어 정책적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이미 중도층은 서서히 진보 진영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50%대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로부터 이를 유추할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제라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초심을 되새기고 정책 선명도를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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