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도심서 폭발물 터져 러시아 핵방위군 사령관 사망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12.17 21:16  수정 2024.12.17 21:16

우크라 “우리군에 금지 화학무기 사용명령한 전범…‘합법적’ 표적”

17일(현지시간) 전기스쿠터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사망한 러시아 핵·생물·화학 방위군 수장인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도심 대로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러시아 핵방위군 사령관이 숨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조사위원회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새벽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러시아 핵·생물·화학 방위군(RKhBZ) 수장인 이고르 키릴로프(54) 중장이 전기스쿠터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그의 부관과 함께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폭발력이 TNT 300g가량 됐으며, 폭발로 건물 1~4층 정면 유리창도 파손됐다.


러시아의 핵·생물·화학 방위군은 방사능과 화학, 생물학적 오염 조건에서 활동하는 특수 부대로 러시아군의 핵무기 보호 임무도 담당한다. 키릴로프 중장은 러시아 '티모셴코 핵·생물·화학방위 아카데미'를 이끌다가 2017년부터 러시아의 핵·생물·화학 방위군 수장을 맡았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크렘린궁에서 7㎞쯤 떨어진 곳이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된 사진에는 폭발로 인해 건물 입구가 파손되고 잔해가 흩어진 가운데 눈이 쌓인 바닥에 피로 얼룩진 두 구의 시신이 누워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건은 키릴로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 사용 혐의로 기소된 직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6일 우크라이나 검찰이 키릴로프 중장을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궐석 재판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전기스쿠터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러시아 핵·생물·화학 방어군을 지휘하는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이 숨진 건물의 모습. ⓒ AFP/연합뉴스

보안국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4800건이 넘는 화학무기 사용 사례가 보고됐으며, 2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화학물질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릴로프 중장이 지휘하는 부대가 전장에서 독성 질식제인 클로로피크린 등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은 앞서 지난 10월 키릴로프 중장에게 제재를 가하며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감독했고 크렘린궁의 허위 정보를 널리 알리는 주요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키릴로프와 그의 부관이 모스크바에 있는 건물에 접근했을 때 원격조종 장치로 전기스쿠터에 장착해 놓은 폭발물을 터뜨렸다며 키릴로프 중장은 우크라이나군에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을 명령한 전범으로 "합법적인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도 키릴로프 중장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와 RBC 우크라이나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키릴로프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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